비상 상황시 ‘돌봄 공백’ 우려 심화
성년기 발달장애 자녀를 둔 고령 부모에게 공적 돌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이런 부모 10명 중 4명 이상은 본인 뜻과 무관하게 공적 돌봄으로부터 배제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빈번한 사유가 자녀의 ‘도전 행동’ 때문이다. 도전 행동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시설 이용·지역사회 참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행동을 뜻한다.
28일 세계일보가 18일부터 24일까지 60대 이상 발달장애인 부모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활동지원사·복지시설 등 공적 돌봄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었다. 본인 외에 발달장애 자녀 돌봄을 돕는 이로 가장 많이 꼽은 게 ‘공적 돌봄’으로 64.5%(40명·중복응답)였고, 이어 배우자 40.3%(25명), 비장애 자녀 14.5%(9명), 그외 가족·친척 11.3%(7명) 등 순이었다.
다만 이런 공적 돌봄을 원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발달장애 자녀의 돌봄과 일상생활, 사회 참여를 돕는 활동지원사가 거부하거나 돌봄 도중 그만둔 적이 있냐는 질문에 ‘자주 있다’고 답한 이가 4.8%(3명), ‘종종 있다’고 답한 이는 32.3%(20명)로 집계됐다. ‘아예 매칭이 안 된다’는 답변(4.8%·3명)까지 더하면 활동지원사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 있는 비율이 41.9% 수준이었다. 복지시설 같은 경우에도 ‘거부당하거나 비자발적으로 이용을 중단한 적 있다’는 응답 비율이 48.4%(‘자주 있다’ 8.1%·‘종종 있다’ 40.3%)로 절반에 육박했다.
공적 돌봄의 이용 거부·비자발적 중단 경험이 있는 부모 3명 중 1명 이상이 그 이유로 자녀의 도전 행동을 꼽았다.
관련 질문에 이용 거부·중단 경험이 있는 응답자(43명) 중 ‘자녀의 도전 행동’이라 답한 비율이 37.2%(16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타’(23.3%)를 제외하고 ‘인원 초과’ 18.6%(8명), ‘특정 장애 유형 제한’ 11.6%(5명), ‘특정 연령 제한’ 9.3%(4명) 등 순이었다.
공적 돌봄 거부 경험은 부모들의 ‘비상 상황’ 시 자녀 돌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 경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령·질병·사망 등으로 본인의 돌봄이 불가할 때 발달장애 자녀 돌봄이 계속 이뤄질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 비율이 53.3%(‘전혀 그렇지 않다’ 19.4%·‘별로 그렇지 않다’ 33.9%)로 집계된 것이다. ‘그렇다’는 응답자는 이보다 적은 45.2%(‘매우 그렇다’ 11.3%·‘약간 그렇다’ 33.9%)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 부모 중 상당수가 ‘현시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발달장애인 정책’으로 ‘부모 부재 시 발달장애 자녀 돌봄 대책’을 촉구했다. 관련 주관식 설문에 한 응답자는 “부모 사후에 정부 프로그램 차원에서 (자녀를) 안전하게 맡길 돌봄처가 필요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응답자도 “부모 사후에도 안정적이고 존엄받을 수 있는 (자녀의) 삶을 지원하는 정책”을 촉구했다. 이 밖에도 부모가 부재하는 경우를 대비해 “(자녀가) 부모와 분가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시급하다거나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맞는 자립생활 모델 개발”, “평생 교육과 부모와의 이별 준비” 등을 요구하는 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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