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가구 소득 13% 늘 때 아파트 중위가격은 22%↑
서울 전역 규제지역…무주택자 LTV 40%·DSR도 적용
“월 679만원 벌어도 100채 중 8채뿐이네.”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전체의 7.8%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100채를 가격 순으로 세우면 하위 8채 가량만 구입 가능한 범위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소득도 늘었지만 집값이 더 빠르게 올랐다. 여기에 높은 대출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가격별 대출한도까지 겹치면서 서울 주택시장에 진입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반년 만에 11.7에서 7.8로
2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 잠재력지수(KB-HOI)는 7.8로 집계됐다. 2023년 4분기 5.9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3분기에는 11.7까지 올랐지만 이후 두 분기 연속 하락했다. 반년 사이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 비율이 3.9%포인트 줄었다.
KB-HOI는 중위소득 가구가 일정한 원리금 상환 범위 안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전체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구입 가능 아파트 수를 전체 아파트 수로 나눠 산출한다. 지수가 낮을수록 중위소득 가구의 주택구입 여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산출할 때는 20년 만기 원리금 상환과 소득 대비 주거비용 비율 33%를 적용한다. 중위가구 소득과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 아파트 가격과 재고량도 함께 반영한다.
올해 1분기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는 11만6000가구로 집계됐다. 2024년 1분기 11만3000가구 이후 가장 적다.
◆가구소득 13% 늘 때 집값 22% 올라
가구소득과 집값의 상승 속도도 달랐다. KB부동산이 지수 산출에 반영한 국가데이터처 중위가구 월소득은 2023년 1분기 6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679만원으로 13.2%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8422만원에서 12억157만원으로 22.1% 상승했다. 월소득은 79만원, 아파트 중위가격은 2억1735만원 각각 늘었다. 집값과 소득은 단위가 달라 수치 자체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상승률로 보면 집값이 중위가구 소득보다 8.9%포인트 더 빠르게 올랐다.
HOI 하락에는 금리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0.33%포인트 상승했다.
이후 대출금리는 월별로 등락을 거듭했다. 올해 5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전체 대출금리는 연 4.19%로, 한 달 전보다 0.01%포인트 떨어졌다.
금리가 줄곧 오른 것은 아니지만, 대출금리는 가구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과 실제 빌릴 수 있는 금액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LTV 70%로 계산한 지수, 현실과는 거리
지수 산출에 적용된 대출 조건도 실제 규제와 차이가 있다. KB-HOI는 매수자가 집값의 30%를 자기자금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70%를 대출받는다고 가정한다. 12억원짜리 아파트라면 현금 3억6000만원과 대출 8억4000만원을 전제로 계산하는 셈이다.
서울은 지난해 10월 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는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의 1주택자에게는 LTV 40%가 적용된다.
12억원짜리 아파트라면 LTV만 단순 적용한 대출액은 최대 4억8000만원이다. HOI가 가정한 대출 8억4000만원보다 3억6000만원 적다. 필요한 자기자금은 3억6000만원에서 7억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실제 대출액은 여기서 더 줄어들 수 있다. DSR을 적용하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자동차 할부 등 기존 부채의 원리금도 함께 계산한다.
주택가격별 대출한도도 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역 간 비교를 위해 KB-HOI 산출에는 LTV 70%를 공통 적용한다”며 “서울은 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일반 LTV 40%가 적용되는 만큼 실제 구입 가능 물량은 지수보다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소득이라도 자기자금 따라 갈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도 강화됐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실적 1.7%보다 낮은 1.5%로 정했다. 정책대출 비중도 현재 30% 수준에서 2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금융회사별 주택담보대출 관리 목표도 별도로 운영한다. 총량 목표를 맞추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별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거나 취급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같은 소득을 벌어도 주택구입 여력은 보유한 자기자금에 따라 달라진다. 증여를 받았거나 기존 주택을 처분한 자금이 있다면 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월급을 모아 종잣돈부터 마련해야 하는 가구는 집값이 오를수록 준비해야 할 현금도 함께 늘어난다.
서울 HOI는 금리 인상기였던 2022년 4분기 2.3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3분기 11.7로 회복했다. 올해 1분기에는 다시 7.8로 내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는 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자기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일수록 진입 문턱을 더 높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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