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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대신 ‘칩’ 한 장…2500원이 5000원으로, 리조트 만족도 2배 올랐다 [현장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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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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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원 칩이 30만원 보너스로
작은 칩이 만든 ‘서비스’ 혁신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리조트 프런트 데스크. 체크인을 기다리던 투숙객들의 눈길은 한쪽에 쌓인 칩으로 향했다. 카지노에서나 볼 법한, 금액이 적힌 칩이었다. 옆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친절한 직원에게 카인드 머니를 건네주세요.”

 

제주의 한 리조트에서 운영 중인 친절 보상 제도 ‘카인드 머니’. 투숙객이 칩을 직원에게 전달하면 회사가 두 배 금액으로 지급한다. 김리원 기자
제주의 한 리조트에서 운영 중인 친절 보상 제도 ‘카인드 머니’. 투숙객이 칩을 직원에게 전달하면 회사가 두 배 금액으로 지급한다. 김리원 기자

 

칩의 이름은 ‘카인드 머니’다. 가격은 개당 2500원으로, 이곳에서만 존재하는 실제 화폐의 가치를 지닌 코인이다. 

 

고객이 투숙하는 기간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에게 이 카인드 머니를 주면 회사는 동일한 금액을 추가해 직원에게 두 배로 지급한다. 한 마디로 카인드 머니 1개(2500원)를 받은 직원은 현금 보너스 5000원으로 환전해 가질 수 있다.

 

“고맙습니다”가 2배 보너스로

 

해마다 이 리조트를 찾는 단골 투숙객 김모씨는 이 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한 직원의 친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을 전할 방법은 “고맙습니다”라는 말뿐이었다.

 

올해 가족 생일을 맞아 다시 찾은 리조트에서도 그 직원의 친절은 변함없었다. 생일 이벤트를 챙겨주고, 먼저 단체 사진을 찍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는 감사를 전할 방법이 생겼다. 김씨는 처음으로 카인드 머니 15만원어치를 구매했고, 해당 칩은 직원들에게 총 30만원의 보너스로 돌아갔다.

 

김씨는 “올 때마다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했는데, 이번엔 직접 마음을 표할 수 있어 좋았다”며 “여행지에서 불친절을 겪으면 여행을 망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행복이 두 배인 여행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대기업의 두둑한 성과급이나 반도체 보너스는 없지만, 투숙객이 현장에서 직접 쥐여주는 ‘친절한 칩’은 직원들에게 즉각적인 보상이자 고객에게 인정받았다는 보람도 안겨준다.

 

‘카인드 머니’를 받은 직원 조병훈씨. 김리원 기자
‘카인드 머니’를 받은 직원 조병훈씨. 김리원 기자

 

직원 조병훈씨는 “요즘 고객님들은 직원이 진심으로 서비스하는지, 형식적으로 하는지 다 아신다”며 “뜻하지 않게 칩을 받으면 ‘내가 서비스를 잘했구나’ 싶고, 자부심도 느낀다. 똑같이 머물지 말고 더 나은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완 끝에 다시 시작된 제도

 

이 제도는 3년 전 같은 계열사의 다른 리조트에서 먼저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직원이 지인을 동원해 칩을 사재기하거나 직원끼리 서로 칩을 주고받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 결국 폐지됐다.

 

지난해 말 이곳에서 다시 도입되면서 새로운 규정이 생겼다. 칩을 투숙객만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도가 생겼다고 친절이 저절로 나오는 건 아니다. 관리자이기도 한 조씨는 후배 직원들에게 늘 “말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하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조금씩 변하고는 있는데, 쉬운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친절을 베푼 직원에게 전달하는 ‘카인드 머니’. 김리원 기자
친절을 베푼 직원에게 전달하는 ‘카인드 머니’. 김리원 기자

 

감사와 인정의 문화 만들기

 

친절이나 협업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보상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다른 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구글의 ‘피어 보너스(Peer Bonus)’가 있다. 함께 일한 동료에게 소액의 보너스를 직접 지급할 수 있는 제도로, 협업과 기여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도 매달 직원들에게 50달러씩 지급해 팀을 위해 노력한 동료에게 전달하도록 한다. 이때는 보너스를 주는 이유도 함께 적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 역시 감사와 협업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동료 간 보너스를 주고받는 ‘피어 보너스’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다만 고객이 직접 지갑을 열어 감사를 표하고, 회사가 같은 금액을 얹어 직원에게 주는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카인드 머니는 거액의 성과급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칩 하나가 고객의 감사를 보상으로 연결하고, 그 보상이 다시 더 나은 서비스로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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