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7년 1월 ‘결제망’ 신규 구축
외인 간 자본거래 사전신고 면제
대출 사전신고 기준액 2배 상향
야간엔 한은 추가 유동성 뒷받침
“잠재성장률 상승 방향 정책 전환”
7월 원화 절상률 주요 20國 1위
앞으로 외국인이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에서 원화 계좌를 만들고 자유롭게 송금·결제할 수 있게 된다. 이달 초 외환시장이 24시간 개장된 데 이어 역외 원화거래에 대한 규제 역시 대폭 완화되는 것으로,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여 해외 자본이 국내에 더 쉽고 빠르게 유입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외환위기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우리 외환정책이 역사적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19일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외국인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원화 거래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외국인의 원화 결제를 위해서는 국내 외국환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역외에서 원화 자본거래를 할 때에는 사전신고도 해야 했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역외 원화거래 자유화는 역외원화결제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은 해외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예금·대출·송금 등 원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춰 재경부에 사전 등록만 하면 된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은 원화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이 원화계좌를 통한 외국인 간 원화거래에 대해서는 외환법령상 자본거래 사전신고가 면제된다. 예를 들어, 미국 투자자가 한국 채권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싶을 때 국내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뉴욕에 있는 JP모건체이스 등 글로벌 은행에 본인 명의 원화계좌를 개설한 뒤 현지 미국인과 자유롭게 원화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한은이 역외원화결제망(가칭)을 신규 구축, 24시간 운영하며 외국인이 야간 시간대에도 시차 없이 원화자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외환거래 규제도 완화된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대상 원화자금 대출 등 자본거래 시 사전신고 기준금액이 2배 이상 대폭 상향된다. 원화 수요 진작책도 마련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권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증권거래·결제 자동화 인프라가 구축된다. 또 외국인의 국채투자 확대 유도를 위해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내에서 외국인 간 국채·통화안정증권(통안채)의 대차 거래도 허용키로 했다.
야간 역외 결제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1단계로 민간 유동성 공급 방안도 마련된다. 외국 금융기관이 일시차입을 통해 결제 등에 필요한 원화를 외국환은행으로부터 제한 없이 조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로 야간 시간 역외 결제망 내 자금수요 등을 감안해 한은의 추가 유동성 제공 여부도 검토된다. 한은 역외원화결제망 시스템 고도화 전까지 정부는 외평기금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리스크 관리도 강화된다. 시장중립적으로 외환시장 안정 여력을 점진적으로 확충하는 가운데 공공부문의 외화자산이 유사시 외화 유동성 공급수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2의 외환보유액’ 기능도 강화한다. 또 역외 원화시장의 유동성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지표를 신설해 상시 점검에 나선다.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외국인이 주저함 없이 원화를 보유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들어 원화 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 정책 전환은 잠재성장률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외환정책이 전환된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155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70원대까지 내려오며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이달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 상승폭은 주요 20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컸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월 말보다 4.27% 상승해, 2위인 영국 파운드화(+1.45%) 상승폭의 약 3배에 달했다. 최근 환율 하락의 주 요인으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자금 유입이 주로 거론된다.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전년보다 2750달러(7.6%) 늘어난 3만9164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3882달러·11.5%) 이후 5년 만에 최대 폭 증가한 것이다. 앞으로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56.1원보다 낮아지면 올해 안에 사상 첫 4만달러 진입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대만도 한국처럼 글로벌 반도체 호황의 반사이익을 받아 올해 1인당 GDP가 단숨에 4만5000달러를 넘으며 한국과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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