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민간 출신 인사로 처음 선임
軍 필요 첨단기술·기업 보유 역량 연결
상시 온라인 방산전 ‘매칭 플랫폼’ 마련
방산 수출 성과 충분히 확산되지 못해
납품단가·후속 지원 등 인센티브 제시
빠른 납기·나토와 호환 등 K방산 장점
정책금융 체계 확충해야 경쟁력 상승
연말 K-DEX, 마케팅 역량 하나로 결집
국민과 함께할 때 4대 방산강국 우뚝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산업생태계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뜻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남우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의 발언에는 K방산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실패의 충격을 딛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원칙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이 상근부회장은 1976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설립 이래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상근부회장에 선임된 민간 출신 인사다. 799개 업체가 회원사로 활동하는 국내 대표 방위산업 전문기관인 한국방위산업진흥회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예비역 장군이 주로 맡아왔다. 이 같은 관행을 깨고 이 상근부회장이 선임된 것은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며 쌓은 전문성과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취임 당시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이 상근부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K방산 상생협력과 제도 개선 방안 등과 관련된 구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다음은 이 상근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취임할 때 산업 현장과 정부 정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어떤 방식의 가교를 구상하고 있나.
“우선 회원사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수시로 진행해 기업들의 어려움을 듣고, 관계 기관에 전달하는 한편 제도 개선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 이를 위해선 규제나 정책 변화가 있을 때 초기 단계부터 업계 의견을 반영할 절차나 협의체가 제도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도화 과정에서 제가 가진 공직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군이 필요로 하는 첨단 기술과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연결하는 ‘수요·기술 매칭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다. 방위산업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상시적으로 하는 개념이다. 군은 업계의 기술·제품 현황을 알 수 있고, 업체들은 자사 기술과 제품을 군에 소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각 군과 방산기업이 참여하는 간담회도 정례적으로 개최해 군의 미래전략 소요와 민간 기술의 연계성을 강화하겠다.”
―회원사 대상 설문이나 현장 방문을 통해 파악한 가장 시급한 현장의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업체들은 수출 증대의 낙수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지원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소외감도 큰 것 같다. 대기업은 입찰 등 획득절차 전반의 합리성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제도의 투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절차적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입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지체사유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이 부과되는 지체상금에 대한 불만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의 방산수출 호황이 지속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대기업·협력업체 간 상생협력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무엇이며, 해결책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방산수출 성과가 중소 협력기업까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다는 거다. 수출이 늘어도 협력기업은 납품단가, 거래조건, 해외 현지 활동 및 후속 지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부족할 수 있다. 중소기업 간 과당경쟁과 대기업 공급망 진입장벽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방위산업진흥회는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상생협력 법제화 과정에 업계 의견을 종합해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방산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중소기업 간 납품단가와 거래관계 분쟁을 실효성 있게 조정할 수 있도록 사업조정 범위와 이행 근거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우수 부품의 우선 적용을 유도하고, 대·중소기업 공동개발이나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개발된 부품을 활용한 경우 상생수준평가 또는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하겠다.”
―방산 원가계산 제도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 방향은 있는가.
“방산물자는 일반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특수한 사양의 제품을 생산한다. 따라서 정확한 원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방산업체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새로운 방산원가 구조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방산업계는 자유시장경쟁이 제한되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현 원가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한다. 정부는 방산업체와 정부 간 합의점을 모색하고자 정책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방위산업진흥회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 간 소통강화를 위한 방산원가위원회와 더불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산원가 전문가협의체 등을 활용, 방산원가 제도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국(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대비 K방산의 강·약점은 무엇인가.
“K방산의 강점은 검증된 생산능력에 기반한 압도적인 납기 속도와 가격 경쟁력이다. 서방권 무기체계가 공급망 병목으로 5∼7년씩 지연되는 동안 한국은 2∼3년 내 실물 인도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미국 및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시스템과 상호운용성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정책금융 역량의 한계는 약점으로 꼽힌다. 방산수출 계약 규모가 커지면서 정책금융 한도가 한계에 부딪혔다. 한국수출입은행법상 자기자본의 40%로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가 제한되어 별도 금융계약 체결 시한을 지키지 못했던 폴란드 K-9 자주포 2차 계약은 한국 정책금융을 포기하고 유럽 상업은행 대출로 선회했다. K-2 전차 2차 계약 또한 수은이 직접 대출이 아닌 신용보증 역할로 후퇴한 채 폴란드 개발은행 등 다국적 협조융자 구조로 봉합됐다. 독일·프랑스 등은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저리 차관을 신속히 설계하는 데 훨씬 능숙하다.
유럽연합(EU) 비관세 장벽과 현지화 압박도 K방산이 넘어야 할 과제다. 단순 완제품 수출 모델로는 EU 시장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 장벽을 우회하고자 현지 생산을 확대할 경우 본사 마진의 압축으로 직결되는 딜레마가 있다.”
―해결책이 있을까.
“정책금융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 수출입은행 자본금 한도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방산 등 국가전략산업에 특화된 별도의 수출금융지원 체계와 시중 은행 신디케이트론 참여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지 생산 및 유지·보수(MRO) 거점을 조기에 안착시켜 마진 압박을 장기 소모품·정비 매출로 상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나토 회원국 공급망에 참여해 공동 연구·생산·운용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동맹국 결속 논리’에 밀려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주요 방산수출 대상국 관련 방위산업진흥회의 지원전략은.
“방위산업진흥회는 신시장 개척과 기존 전략시장과의 협력 강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시장 개척은 재외공관과 협력해 현지 정부·군·방산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 아직 구체적인 무기 도입계획이 없는 국가에도 방산협력 사절단을 파견해 사업기회를 발굴할 것이다. 유럽·중동 등 기존 전략시장에서는 이미 형성된 협력관계를 후속 물량과 성능개량, 공동개발 및 현지 생산으로 확대하겠다.”
―올 연말에 주최할 지상군 통합방산전시회(K-DEX)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오는 12월에 열릴 K-DEX는 기존 전시회의 외형적 통합을 넘어 대한민국 지상 방산 마케팅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전환점이다. 분산됐던 역량을 통합해 기업과 정부, 군, 해외 무기 획득 관계자가 한자리에서 실질적인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대한민국 대표 방산전시회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획 단계부터 참가업체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고, 우리 방산기업이 비즈니스 무대를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국방부, 육군본부, 방위사업청 등과 긴밀히 협력해 해외 대표단과 획득 관계자의 참여를 확대, 기업 간 상담과 무기체계 홍보가 실제 사업 논의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 공동주최 기관 등과 상시 소통창구를 운영해 K-DEX를 세계 방산시장이 주목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한다.”
―K방산과 관련해 국민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방산수출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타국을 침략한 적이 없고, 대한민국 헌법도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다. 방산수출에 있어서도 이 같은 성격이 유지되어 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믿는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기 수출에 관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국민 여러분께서 방위산업을 단순한 무기 생산을 넘어 국가안보와 첨단산업, 양질의 일자리와 수출을 함께 이끄는 전략산업으로 인식해 주셨으면 한다. 방산업계와 정부, 군, 국민이 ‘원 팀’이 될 때, 우리나라는 세계 4대 방산강국을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이남우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1967년 서울 출생 ●명지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CSD) 국제관계 석사 졸업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 수료 ●행정고시 35회 ●국방부 방위사업청개청준비단 조직인력팀장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제27대 국가보훈처 차장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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