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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대 전세사기’ 혐의 전 부산시 고위공무원 징역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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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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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 300가구 운영...전세보증금 75억·대출금 47억 가로채
법원 “보증금 돌려막기로 임대사업 지속… 죄책 매우 무겁다”고 판시

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 수백 채를 사들인 뒤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과 금융기관 대출금 등 110억원대를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산시 고위공무원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배상 신청을 한 피해자 12명에게 총 9억725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부산지방법원. 연합뉴스
부산지방법원. 연합뉴스

A씨는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면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회초년생 등 임차인 93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총 75억825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실제보다 보증금 액수를 축소한 임대차계약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담보대출금 47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 86명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자신과 배우자, 아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2016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약 358억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했다. 그러나 실제 투입한 자기자본은 약 24억원에 그쳤고, 나머지는 기존 담보대출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이 같은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약 300가구 규모의 오피스텔을 임대했다.

 

A씨 측은 위조 서류를 이용한 범행이 시작된 2021년 11월 이전에는 채무초과 상태가 아니어서 보증금 반환 능력이 있었고, 또 일부 범행에는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담보대출과 임대차보증금 승계 방식으로 고액의 건물을 잇달아 매입했음에도 별도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른바 ‘보증금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사업을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세사기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라며 “피해 보증금은 피해자들에게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피고인의 욕심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추가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행사하는 등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들은 피해 규모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반발했다.

 

한편 A씨는 부산시청과 구청에서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했으며, 퇴직 후에는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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