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에 수십억달러 손해 끼쳤다”
카니 “백악관과 협상… 대응 방안 검토 중”
캐나다 산불에서 비롯한 연기 유입으로 미국 동부 지역의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를 냈다. 급기야 미국과 캐나다 사이 국경에 공기 정화를 위한 장벽을 쌓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중남미 지역 출신 이주민들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구축한 장벽을 연상케 한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북미 공기 정화벽’(NORTH AMERICA AIR FILTER BARRIER)이란 가상의 시설 조감도를 올렸다.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미국·캐나다 국경에 설치된 거대한 공기 청정기를 연상케 한다. 산불로 오염된 캐나다 공기가 바로 국경을 넘어 미국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정화 절차를 거친 다음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깨끗한 공기, 깨끗한 국경’(CLEAN AIR, CLEAN BORDERS)란 구호에서 미국·캐나다 국경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싶어하는 트럼프의 속내가 드러난다.
트럼프가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런 초현실적 구상을 내비친 것은 캐나다를 조롱하고 자극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스페인 대 아르헨티나 경기를 앞둔 지난 17일 캐나다를 상대로 엄포를 놓았다. 당시 트럼프는 SNS를 통해 “우리는 캐나다가 자국 산림과 덤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미국이 불필요하게 더럽고 오염된 건강에 해로운 공기로 인한 피해를 감내하는 현실에 대해 캐나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캐나다 산불로 인한 미국의 대기질 악화를 “고의적 과실”로 규정한 트럼프는 “매년 미국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오염으로 인한 비용은 필연적으로 캐나다가 현재 지불하는 관세에 추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승전 관세’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트럼프답게 이번에는 캐나다에 ‘산불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처럼 들렸다.
그로부터 며칠 지난 20일 트럼프는 캐나다산 제품 대부분에 대해 50%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다만 트럼프는 산불 얘기는 쏙 빼고 “미국 제품에 대한 캐나다의 차별적 대우에 따른 대응”이라고만 이유를 설명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산불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최선을 다해 트럼프와 협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니는 “미국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보복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그는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도 캐나다가 동원할 수 있는 구체적 보복 조치에 관해선 함구했다. 갑작스러운 ‘관세 폭탄’으로 두 나라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24일로 예정됐던 ‘고디 하우 국제 대교’ 개통 기념식은 무산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와 미국 미시간주를 잇는 이 다리 건설은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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