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 주자들은 강성 당원 눈치만
국민 다수의 뜻 따르는 게 민주주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그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직후다. 정 장관은 그간 “억울한 1%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등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언론의 잇따른 문의에 정 장관은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여당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동조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34년 경력의 법률가이자 5선 의원인 정 장관의 소신에서 비롯한 결정일 것이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이던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다. 최근 국무총리 교체를 앞두고는 유력한 새 총리 후보자 물망에도 올랐다. 그는 건강상 이유를 들어 총리직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실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여당 강경파와의 대립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정 장관의 사의 표명을 두고 “정부가 민주당 강경파 눈치만 살피면서 강경파의 뜻에 끌려다니고만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의 신호탄”으로 규정한 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보완수사권의 핵심은 형사 사건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에 흠결이 있는 경우 검사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나, 이는 범죄 피해자의 억울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이다. 당장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만 해도 검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장의 범행 동기가 성폭행이었다는 점은 파묻혔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완수사와 관련해 범죄 피해자 의견을 듣겠다며 민주당이 연 토론회는 소속 의원 161명 중 단 4명만 참석했다. 이러고도 ‘약자를 위한 정당’을 자처할 수 있나.
민주당 차기 대표를 뽑는 경선 주자들이 서로 헐뜯으면서도 보완수사 폐지만큼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로지 검찰에 반감이 큰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결과다. 성폭행 등 각종 범죄의 피해자들 구제를 위한 보완수사 제도가 고작 여당 당권 다툼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게끔 방치해선 안 된다. 앞서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했던 이 대통령이 이제 직접 나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이 보완수사 폐지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거부권 행사도 검토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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