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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몰래 폰으로 스포츠토토, 무너진 10대들…26조원 사행산업의 민낯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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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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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온라인 매출 1년 새 87.6% 급증…오프라인 입장객은 3% 감소
불법 온라인 도박 경험 57.7%…예방교육 173만명에도 상담 청소년 40.9% 늘어
도박 광고 노출 청소년도 54%…손안으로 들어온 베팅, ‘사각지대’ 키운다

스마트폰을 켜면 언제든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 배너와 팝업 광고가 화면을 파고들고, 문자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도박 홍보물이 일상으로 스며든다. 손안의 작은 화면에서 시작된 도박은 어느새 청소년들의 일상까지 파고들고 있다.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도박 문제로 치유 상담을 받은 19세 이하 청소년은 5838명으로, 1년 새 40.9% 급증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접한 도박은 불법 온라인 도박이었다. 온라인을 통한 도박 노출이 갈수록 늘면서 예방교육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2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발간한 ‘2025년도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행산업 총매출액은 26조273억원으로 전년(25조3023억원)보다 2.9% 증가했다. 복권이 7조6589억원으로 전체의 29.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경마 6조4240억원(24.7%), 체육진흥투표권 6조828억원(23.4%), 카지노업 3조6955억원(14.2%)이 뒤를 이었다. 이른바 ‘빅4’ 업종의 매출만 23조8612억원으로 전체의 90%를 웃돈다.

 

하지만 더 주목할 변화는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돈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사행산업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경마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1조3716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87.6% 증가했다. 체육진흥투표권 온라인 매출도 1조2239억원으로 42.2% 늘었다. 경륜과 경정 역시 온라인 매출이 각각 9.3%, 6.9% 증가했다. 반면 경마·경륜·경정의 오프라인 매출과 입장객은 대체로 감소했다. 사감위도 지난해 통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온라인 전환 가시화’를 꼽았다.

 

실제로 사람들의 발길은 영업장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2025년 사행산업 오프라인 입장객은 1820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경마 입장객은 9.9%, 경정은 20.1% 줄었고 경륜 역시 감소 흐름을 보였다. 사람들이 영업장을 찾는 대신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베팅하는 비대면 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사행산업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오프라인 영업장은 시간과 장소라는 물리적 장벽이 있지만 온라인은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접근할 수 있다. 합법 사행산업의 온라인 전환이 빨라지는 사이 불법도박 역시 디지털 공간을 타고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청소년 도박 문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5년 도박 문제로 치유 상담을 받은 19세 이하 청소년은 5838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4144명에서 1694명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40.9%에 달한다. 전체 도박문제 치유 서비스 이용자는 3만7770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유독 청소년층에서는 상담 수요가 급증했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한 도박 유형은 더욱 우려스럽다. 불법 온라인 도박이 57.7%로 가장 많았고, 사설 도박이 18.0%로 뒤를 이었다. 두 유형을 합치면 75.7%에 달한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단순히 ‘도박을 하는 청소년이 늘었다’는 수준을 넘어, 불법 온라인 도박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도박에 노출되는 경로 역시 온라인 중심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표한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54.0%가 도박 광고나 홍보물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노출 경로는 인터넷 배너·팝업 광고가 38.7%로 가장 많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33.6%, SNS 게시물 19.3%가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도박 광고와 불법도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불법도박 사이트를 둘러싼 감시 활동도 증가했다. 지난해 불법 도박 사이트 감시 건수는 5만2067건으로 전년보다 3.2% 늘었다. 사감위에 따르면 불법 도박 사이트 감시 활동은 2021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불법도박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감시하고 차단하기 위한 대응 역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예방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 도박중독 예방교육은 173만여명을 대상으로 2만5000여회 실시됐다. 그러나 예방교육의 외연이 크게 넓어졌음에도 도박 문제로 치유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예방교육과 함께 조기 발견, 사후 치유를 아우르는 대응체계를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정부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2026년 5월부터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도박 예방교육이 연 2회 이상 의무화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교 현장의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가정 밖 청소년 등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에 대해서도 예방교육과 조기 발견, 상담·치유 연계를 촘촘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서 82.8%가 학교에서 도박문제 예방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54.0%는 도박 광고나 홍보물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 안에서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 청소년에게 도박 광고가 노출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등 디지털 환경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은 ‘26조원’이라는 시장 규모 자체가 아니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와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어떤 위험이 전가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합법 사행산업의 온라인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이용자 보호 장치와 불법도박 차단 시스템도 그 속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청소년에게 온라인 도박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마주할 수 있는 도박 광고와 불법 사이트의 접근 경로까지 차단하는 촘촘한 대응이 필요하다. 26조원 시장의 성장 뒤에 가려진 위험을 더 이상 숫자 너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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