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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은 미래 성장동력… 정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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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2-03 16:33:00 수정 : 2007-02-03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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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과학자 1호 신희섭 박사 인터뷰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가 이제는 미래 성장산업인 생명과학 연구·개발(R&D)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미개척 분야인 ‘뇌과학 연구’에 거는 정부의 기대는 크다. 지난해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신희섭 박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학문적 열정과 신념, 연구 성과를 통해 한국 뇌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본다.
“미지 세계인 우주 개발이 인류 미래를 좌우한다면, 사람 뇌 연구는 질병 치료의 근본이자 인공지능 개발 가능성을 가늠하는 생명과학의 새 연구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2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만난 신경과학연구센터장 신희섭(57·사진) 박사는 뇌 연구가 21세기 세계 과학계의 ‘화두’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언론 노출을 피해 연구에만 몰두해온 신 박사가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 끝에 힘들게 입을 뗐다. 그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올해 앞다퉈 뇌과학 연구 분야의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뇌 연구 마스터플랜 수립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박사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뇌 과학연구는 생명과학의 새로운 연구분야인 만큼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눈부신 연구 성과로 독보적 입지 구축=신 박사는 뇌과학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전기생리학적 방법에만 의존하던 뇌과학 연구에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신경세포생물학 등을 접목해 다수의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일궈냈다. ‘유전자 녹아웃’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없애거나 조작한 ‘유전자 변이 생쥐’를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는 “유전자 변이 생쥐는 특정 단백질을 제거했기 때문에 그 단백질이 뇌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 인간 뇌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1년 간질, 운동마비 증상과 관련한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네이처지에 논문을 발표한 데 이어 2003년 10월에는 세계 처음으로 통증 억제 유전자인 ‘T형칼슘 채널’을 찾아내 사이언스지에 소개함으로써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 박사의 성과는 특히 많은 과학자들이 “앞으로 뇌과학이 노벨상의 보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뇌과학자인 로돌프 리나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신 박사는 한국의 뇌과학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유영숙 키스트 생체과학연구본부장도 “신 박사의 주 연구 분야인 뇌 인지 기능의 신경과학적 원리 규명은 21세기에 가장 떠오르는 과학 분야”라며 “향후 노벨상위원회도 신 박사의 신경과학 분야 연구 성과에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뛰어난 연구 성과로 신 박사는 내로라하는 국내 생명과학상을 휩쓴 데 이어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가 선정하는 국가과학자 1호에 이화여대 이서구(64) 교수와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가과학자는 연간 15억원 내외의 연구비를 최장 6년 동안 지원받게 된다. 신 박사는 “세계적인 뇌과학센터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피코어(Picower)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키스트를 세계적인 신경과학 연구기관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지원을 통해 그 꿈을 이룰 기반을 얻게 됐다”며 기쁨을 표했다.
◆원래 꿈은 의사=신 박사는 독특한 경력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어릴 적 꿈은 과학자가 아닌 의사였다. 1968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마쳤다. 하지만 신 박사는 대학 시절 ‘무엇을 하고 살 것이냐’보다는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의사는 환자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성품이 필요한데 나에겐 그게 부족했다”는 것이 그가 부와 명예가 동시에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미련 없이 과학자의 길을 택한 이유였다. 고민 끝에 진로를 바꾼 그는 이후 미국 코넬대학에서 발달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MIT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귀국했다.
유전학적 기법을 뇌 연구에 접목해야겠다고 생각은 1991년 포스텍(옛 포항공대) 교수 재직 시절 선물받은 책 한 권에서부터 시작됐다.
신 박사는 “선배 한 분이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라는 책을 보내주었다.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유전학자의 눈으로 보니 그것이 전부 뇌에 관한 이야기였다”면서 “인간이 어떻게 사유하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행동에 이르는지, 잘못된 행동을 차단할 치료법은 가능한지 등 인간의 궁극적 고민을 과학자로서 밝혀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꾸준한 노력이 성공 열쇠=그는 4년 전부터 요가에 빠져 있다. 그에게는 요가도 뇌 연구의 연장이다. 요가를 하면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게 되고 이때 뇌에 자극이 가해진다. 그래서 그는 요가를 “뇌에 힘을 주는 운동”이라고 부른다.
음악과 미술도 마찬가지. 요가가 육신을 움직여 뇌를 자극한다면 음악을 듣고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생기는 예술적 감흥은 마음을 움직여 뇌를 자극한다. 그의 연구실 한쪽에는 음악 CD 수십 장이 꽂혀 있다. 집에 있는 것까지 합치면 수백 장에 이른다. 한국 전통음악부터 바흐 같은 클래식 음악까지 가리지 않고 즐긴다. 초보 수준이지만 직접 알토 색소폰을 불기도 한다.
신 박사가 이렇게 부지런히 자신의 뇌를 단련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늘 실험용 생쥐들과 씨름하면서 인간 두뇌가 타고나지만 훈련에 의해 발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생쥐는 미로를 빨리 파악하지만 보통 생쥐도 계속 훈련하면 결국에는 미로에서 길을 찾는다. 그리고 훈련을 하면 할수록 미로를 찾는 시간은 짧아진다.
그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유전적 결정론을 극복할 수 있다”며 “타고나는 유전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타고난 것보다 노력으로 얻는 것이 훨씬 더 크다고 강조하는 신 박사는 오늘도 뇌의 미로에서 출구 찾기에 여념이 없다.
박세환 기자 greg@segye.com


●약력

1950년 경기 의왕시 출생
1974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77년 동대학원 졸업
1983년 미국 코넬대 의대 박사
198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생물학과 교수
1991년 포스텍(옛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200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
2005년 KIST 신경과학연구센터장
2006년 과학기술부 선정 제1호 국가과학자

●수상경력

1997년 제14회 금호학술상
2000년 함춘의학상(연구업적부문)
200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대상
제3회 듀폰과학기술상
제14회 호암상 과학상
이달의 과학자상
국민훈장 동백장
2005년 제3회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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