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판계는 이들 책의 내용 가운데 중국 관련 묘사 부분을 트집 잡아 출간을 기피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정부 지배하에 놓인 중국의 언론·출판사가 검열 등의 통제를 받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중국 출판사들은 “한·중 역사와 관련된 민감한 부분이 출간되면 당국에 의해 인사조치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출판에 난색을 표했다.
‘칼의 노래’ 중 중국 출판사 측이 문제 삼는 부분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지원군을 부정적으로 그린 대목이다. 명나라 수군제독 진린이 이순신 장군에게 부탁해 조선 수군이 벤 왜군의 머리 60개 가운데 50개를 자신의 전공으로 꾸며 중국 황제에게 거짓 보고하려다가 발각된 내용(‘소금’ 편)과 ‘명의 육군은 적을 바다로 내몰지 않고… 창끝을 똑바로 겨누지 않는 군대였다’(‘베어지지 않는 것들’ 편)는 표현 등이다.
베이징의 인민문학출판사는 최근 ‘칼의 노래’ 중국어판을 내기로 하고 저작권 계약서까지 작성했다가 최종 단계에서 출간을 중지했다. 1951년 출범한 인민문학출판사는 중국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 전문 출판사로 지금까지 8000여종, 7억여권의 책을 펴냈다. 작가 김훈은 “아직 정식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지 않아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우상의 눈물’도 수록작 ‘아베의 가족’의 중공군 묘사 부분이 문제가 됐다. 톈진의 백화문예출판사는 ‘중공군들이 시어머님 가슴에 총을 들이대며 어디다가 곡식을 감췄는지 당장 내놓으라’고 서술한 부분 등을 문제 삼았다.
현대 중국어로 번역을 마친 ‘삼국유사’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중국의 여러 출판사들과 접촉했지만 계약하지 못했다. 중국 출판사들이 ‘삼국’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거부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법종 우석대 교수(고구려사 전공)는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중국 역사학계가 신라와 백제의 역사만 한국 고대사로 인정할 뿐, ‘삼국’이라는 말 자체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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