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가장 맘에 든 대목은 ‘유학생 송금절차 간소화’. 그동안 딸 학비와 생활비 송금은 은근히 까다로웠다. 매번 유학 사실을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은행에 내야 했다.
증빙서류를 면제한 해외 유학생송금 제도가 있었지만 김씨에게는 그동안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딸이 미국시민권을 갖고 장기 체류하고 있어 ‘해외 유학생’ 범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정부 조치로 딸도 유학생 송금제도 혜택을 보게 됐다.
개인과 기업의 외환 송금이 여러 모로 편리해진다. 번거로웠던 각종 구비서류가 사라지고 송금 한도 역시 상당 부분 풀린다. 국내 자본 유출을 유도하는 이번 조치는 추락하는 원·달러 환율을 상당 부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투자목적 부동산 취득제한 없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해외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러나 내년 중 300만달러로 묶였던 한도는 풀리게 된다. 이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 해당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이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해외 호화주택에도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해외 부동산 취득이나 직접 투자 시 계약금 명목의 투자금 일부(1만달러 이하)를 별도 신고 없이 미리 송금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정해진 신고절차를 마무리한 뒤에 송금이 가능해 계약이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었다.
◆5만달러까지 구두로 해외송금=연간 5만달러까지는 송금 이유를 구두로만 밝히면 된다. 건당 1000달러 이내 송금은 연간 한도 합산에서 아예 제외된다.
예컨대 미국의 한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할 때 ‘대차계약서’ 없이도 은행 창구에서 개인적 사정을 설명하면 송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단, 감독당국은 이 경우 증빙서류를 구비해 송금하는 경우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해외이주법상 ‘이주’가 아닌 은퇴비자나 투자비자를 받은 경우도 해외이주비 송금절차에 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량 수출기업 무역대금 증빙서류 면제=연간 수출입 실적이 5000만달러 이상인 기업에는 무역거래 증빙서류가 모두 면제된다. 해당기업은 수입계약서 제출 등 번거로운 서류작업이 줄어 업무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기관의 외환업무는 대폭 확대된다. 저축은행, 신협, 우체국 등에서 환전업무를 취급하며, 신용카드사는 해외용 선불카드를 발행하게 된다. 체크카드의 해외 현금 인출도 허용된다.
사모펀드(PEF)의 해외 금융기관 인수·합병(M&A) 절차가 간소화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이로써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국내자본의 은행 인수가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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