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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뉴타운 막는 것만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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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4-23 09:39:13 수정 : 2008-04-23 09: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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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얼마 전 강남의 재건축이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강북의 뉴타운이 정치인들의 입에 놀아난 듯 야단법석이다. 급기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려운 조건을 달아 뉴타운 추가 지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 집값이 요동치는 데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과연 그건 뭘까. 아마도 서울이 이미 오래전부터 ‘재개발 도시’였고, 그 성격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서울시의 주택 공급과정을 보면 1980년대 노후불량주택지구의 재개발을 필두로 90년대에는 재건축과 개별적인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주요한 주택공급 수단으로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광의의 재개발 형태가 전체 주택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 공급 수단의 한 형태였던 재건축이 2000년대 초반에는 전세대란을 막는다는 구실로, 나중에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규제를 받아왔다. 이는 질적으로 우수한 주택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신형 주택의 공급을 막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주택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졌다.

소득의 증가는 소비의 증가와 함께 소비패턴의 질적인 변화를 야기한다. 서울은 지난 20년 새 명목소득이 약 10배, 실질소득이 4배 가까이 불었다. 80년대의 사과는 홍옥이 대부분이었고, 달고 맛있었던 부사는 귀한 것이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더 맛있고 비싼 부사를 먹고 있다. 홍옥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80년대의 성냥갑형 아파트가 아니라 지하 주차장이 있고, 단지 내 정원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널찍한 주택을 원한다. 당연히 이런 조건을 갖춘 신형 주택의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런 신형 주택이 들어설 재개발 대상지의 집값이 치솟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서울에서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질 높은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광의의 재개발밖에 없다고 본다.

시기적으로 광의의 재개발 문제는 강북으로 회귀하고 있다. 80년대 초반 강남에 아파트 숲이 조성된 데 이어 중반부터는 상계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지역의 대단위 아파트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강남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는 동안 노후된 강북의 아파트들의 재건축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다. 그게 뉴타운과 맞물려 이번 집값 폭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주택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누적되어 갈 뿐이다. 결국 주택공급은 양의 문제뿐만 아니라 질과 속도의 문제가 맞닿아 있다. 질적, 양적 차원에서 공급이 적절한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택시장의 불안정은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시 뉴타운 사업과 결부된 정치적인 논란을 지켜보면서 걱정되는 점은 적절한 속도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주택 공급으로 인해 향후 예견되는 주택시장의 불안정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뉴타운사업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당 지역의 세입자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뉴타운사업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못 된다고 본다. 지금 이 시점에서 뉴타운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식의 논쟁은 우리에게 별로 유익하지 못하다. 뉴타운사업에서 야기되는 급격한 집값 상승이나 서민의 주거불안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일일 것이다. 그것은 가까운 장래의 집값 폭등을 막고 주거안정을 이루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집값 폭등에 너무 민감하게 법석을 떨기보다는 냉철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뉴타운 집값 소식을 들으면 나도 배가 아프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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