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허브] 화물연대 파업이 7일만에 일단락됐다. 국토해양부는 26일 기준 운송거부 차량이 '0'으로 파악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위기경보를 해제했다. 19일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와 운송료 19% 인상안에 합의한 뒤 각 사업장별로 진행된 운송료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면서 현장은 일단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상황이다.
2003년보다 빠른 파업 종결로 더 큰 물류대란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류시장 구조개선과 표준요율제 법제화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언제든 파업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불씨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의 당사자들인 화물연대, 주선사, 화주 측은 문제 인식이 다른 것만큼이나 협상결과에 대한 시각 차이도 컸다. 그들은 각각 이번 파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3차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화물연대 “표준요율제 우선 시행…정부가 대기업 강력 제재해야”
화물연대 박상현 법규부장은 “파업을 시작하면서 제도 개선 문제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화물노동자들의 생계문제를 외면한 채 무조건 ‘끝까지 싸우겠다’는 식으로 파업을 끌고 갈 순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5년전 협상 논제였던 표준요율제 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음에도 다시 ‘운송료 협상’으로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안팎의 평가와 일부에서 나오는 협상 결과에 대한 비판을 그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는 이번 파업의 성과는 분명 5년전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 등의 방향에 제동을 거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담화에 나서 ‘화물운송시장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고 국민들의 여론이나 언론도 호의적이었다. 또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된 것도 분명 2003년과 달랐다. 그것을 바탕으로 향후 화물운송시장 제도 개선을 꾸준히 추진하는 데 좋은 토대가 마련됐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합의사항을 지킬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표준요율제를 내년에 시범 시행하고 이후 법제화하겠다고 했지만 지지부진해지고 말 것이라며 우려했다. 화주를 압박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정부가 나서서 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미 수차례 정부 측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불신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부의 역할에 아직 기대를 걸고 있었다. “시장에만 맡기면 안됩니다. 시장이 기능을 못하면 정부가 개입해야죠. 차주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고 잘못된 물류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화주와 물류자회사, 그리고 주선사들을 압박해야 합니다”
그는 또 ‘권익을 찾는 차주들의 모임(권차모)’에도 따끔한 말을 잊지 않았다. 화물연대가 정부, 화주들과 싸워오는 동안 권차모는 오히려 ‘그들’ 편에서 화물연대를 동시에 압박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화물운송시장 제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 무역협회 “정부의 화주 압박 심해…표준요율제는 새로운 기업 규제”
무역협회(무협)는 “정부가 화주들을 너무 압박하고 관여를 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일단 잘 마무리 되었지만 이런 방식의 해결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무협 관계자는 이번에 쟁점이 됐던 표준요율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현행 인가운임제를 통해서도 하도급·불공정 거래는 어느 정도 통제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 전문화를 위해 만든 기업들을 일부에서 대기업 자회사라며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며 “이들 운송사들이 맡는 물량은 고작 10%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들의 활동은 제한적인데다가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협은 이번 파업의 영향으로 총 1억4311만달러(약 1471억원)의 수출입 차질(19일 오후 5시 기준)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수치에 잡히지 않은 제2, 제3의 피해는 더욱 크다”며 “특히 외국 바이어 등과 기한을 지키지 못해 계약 자체가 파기되는 등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아예 수출입 통로가 막혀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무협 하주사무국 측은 향후 파업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화물차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하주와 화물차주가 직접 거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화물차주가 공동의 역량을 키워 주선업체들의 횡포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원하는 건 ‘정부 규제 완화’와 ‘주선업체 횡포 방지’였다.
◆ 주선 업체 “우리가 가장 억울…대기업 물류자회사가 더 문제”
화물연대와 정부, 화주 각각의 입장이 언론을 장식하던 기간 긴 침묵을 지키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주선협회)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30∼40%의 수수료를 챙기는 거간꾼으로 몰린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선협회가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며 화물차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게 된 것은 일부 정치권과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주선협회 한영태 전무이사는 “1995년 이전에는 주선기관과 화물차주들이 직접계약을 했는데 대기업 화주들의 물류자회사가 생기면서 물류 다단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2007년 4분기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는 정상적(2단계)으로 처리되고 있고 40%만이 여러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3단계는 33.9%, 4단계 초과 물량은 2.2%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서 불필요한 조사를 하면 안 됩니다. 자료를 봐도 진짜 문제는 주선업체가 아닌 화주와 물류자회사에 있다는 게 밝혀진 것 아닙니까”
‘일부 주선사들의 횡포’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화물시장은 현재 물량 조절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선사들이 다른 주선사에 화물차를 넘길 수밖에 없는 거죠. 분산된 차량 정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주선사가 없다면 공차로 운영되는 화물차가 많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한 이사는 주선사가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화물차 한대가 평균 82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거기서 약 8%의 수수료를 가져갈 뿐인데 30∼40%를 챙긴다고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대란 재발방지를 위해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먼저 물류자회사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대기업 자회사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입차주제 개선도 지적했다. “화물차 운전자가 사장이 되는 경우는 외국엔 거의 없다”며 “개인 사업은 개인 사업대로 인정하되 회사형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운송사가 못하는 역할은 주선사에 넘기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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