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학인당의 널따란 정원은 운치가 넘친다. 돌계단 아래에는 여름철 음식물을 보관했던 샘이 있다. |
전국에 숙박시설로 활용되는 수많은 고택이 있지만, 규모나 시설 면에서 으뜸인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다. 800여채의 한옥이 들어서 있으며, 8곳에서 한옥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다.
# 대목장이 지은 백년 고택, 학인당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고택 체험 공간은 경기전(이태조의 어진을 모신 곳) 인근의 학인당(學忍堂). 수원 백씨 인제공파 전주 문중의 100년 된 종택이다. 전주의 대부호였던 인제(忍齊) 백낙중이 경복궁 중건에 거금을 헌납한 뒤 고종으로부터 대저택의 건축을 허락받아 지었다고 한다. 궁궐 건축에 참여한 도편수와 대목장을 파견받아 1908년 2년8개월 만에 완공했다. 준공 당시 99칸(2000평)이었던 규모는 현재 7채(520평)로 줄었지만, 본채·별채(체험 숙박 객실)·사랑채(선다원 찻집)가 어우러진 모습은 여전히 근사하다. 넓다란 정원과 연못, 냉장고 대용으로 쓰였던 돌계단 아래 샘은 이 대저택을 한층 더 운치 있게 만든다.
학인당은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호박 모양 주춧돌 등 조선후기 궁궐 건축 양식과 회랑식 복도, 2층 다락방, 실내 서재와 목욕탕 등 서양·일본 건축 양식이 골고루 섞여 있다.
◇체험숙박을 할 수 있는 학인당 별채의 내부. |
학인당은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에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장이기도 했다. 백낙중은 조선 말기 전주 대사습놀이가 중단되자, 학인당의 본채를 판소리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당시 내로라하는 명창이던 임방울, 박녹주, 박초월, 김소희 등이 수시로 이 집의 본채에서 공연을 했다. 백낙중은 이상범, 허백련, 변관식 같은 한국화가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내력과 사연을 알고 묵으면 학인당에서의 하룻밤은 더욱 더 각별해진다.
학인당에서는 전통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선다원(차문화체험관)에서는 ‘국악명상 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금·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명상음악을 들으며 전남 강진 만덕산 야생차로 다도를 체험한다. 전통 춤 배우기, 매듭·부채 만들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인 기준 숙박료는 조식을 포함해 6만∼12만원. 체험 비용은 5000∼1만원. 체험 숙박 객실에는 모두 에어컨과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다. (063)284-9929
# 승광재 등 전주의 다른 한옥체험 시설
전주 한옥마을에는 학인당 외에도 7곳의 한옥체험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는 모두 특색 있는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양사재’(063-282-4959)는 향교 부속 건물로, 서당 공부를 마친 청소년이 모여 생원·진사시 공부를 하던 곳. 한지 공예와 한지 편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승광재’(063-284-2323)는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67)씨가 살고 있는 곳으로, 황실 다례·황실 예법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동락원’(063-287-2040)에서는 전주 비빔밥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설예원’에서는 한복체험, 다식 만들기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아세헌’(063-287-1677)에서는 가야금 병창·판소리 등 전통 음악을 배울 수 있다. ‘풍남헌’(063-286-7673)에서는 다도예절과 녹차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옥생활체험관’(063-287-6300)에서는 다례와 매듭 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www.hanokmaeul.or.kr에서 얻을 수 있다.
전주=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경북 청송 송소고택. |
경북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군자마을(www.gunjari.net/016-715-2177)은 1970년대 중반 안동댐이 건설되며 광산 김씨 예안파가 600여년 동안 살았던 외내마을의 건축물을 옮겨 조성한 유적지다. 본격적인 숙박체험은 지난해부터 이뤄졌다. 200∼500년 된 고택 5채(10실)와 최근에 지은 한옥 1채에서 묵을 수 있다. 다도, 한복만들기, 떡만들기, 식혜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한 채 빌리는 데 10만∼15만원.
◇경북 안동 군자마을의 동다헌. 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
경북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선비촌(www.sunbichon.net/054-638-6444)에서도 한옥 숙박이 가능하다. 2004년 소수서원 바로 옆에 개장한 선비촌에는 영주 곳곳의 고택을 그대로 복원한 기와집 7동이 들어서 있다. 초가집도 5동이 마련되어 있다. 다도, 전통예절, 전통 혼례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기와집 4인실 숙박료는 7만∼14만원, 초가집 4인실 숙박료는 5만원.
경남 거창 황산마을(055-943-0003)은 16세기부터 조성된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100∼200년 전에 지어진 한옥 50여채가 운치 있게 들어서 있다. 거창군으로부터 전통 민박촌으로 지정돼 현재 10가구에서 고택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3만∼5만원. 황산마을의 돌담길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송소고택(www.songso.co.kr/054-873-0234)은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에 지은 총 99칸의 대갓집. 10개의 방에서 숙박체험이 이뤄진다. 2인 기준 4만∼18만원. 감자캐기, 옥수수따기, 복분자 따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박창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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