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베이징 올림픽 여자역도에서 장미란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따자 강원 원주 명륜동의 한 교회에서 TV를 보며 응원하던 어머니 이현자(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씨가 주민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
이용대 선수의 고향인 전남 화순과 이효정 선수의 부산시 북구 구포2동 집에서는 가족과 이웃들이 숨죽여 경기를 지켜보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집에서 동네 주민 40여명과 함께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이효정 선수의 어머니 서인순씨는 “말도 못하게 좋다”며 기뻐했다.
아버지 이주석(54)씨는 “중국 선수들이 잘하는 데다가 베이징 올림픽이라 본인도 출국 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외에 메달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 은메달도 기뻤는데 금메달까지 따니 믿기지 않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효정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 배드민턴을 시작한 이후 같이 운동하는 선수들이 이탈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때도 열심히 연습해 믿음직스러웠다”며 “가끔은 미련스러울 정도였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근 네번의 올림픽에서 금 5개, 은 6개, 동 3개를 수확해 ‘효자종목’으로 불렸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 1개도 장담할 수 없었던 배드민턴에서 전해진 낭보여서 시민들의 기쁨은 더 컸다.
회사원 오필영(30)씨는 “최근 금메달 소식이 뜸해 아쉬웠는데, 멋진 시합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획득해 기분이 너무 좋다”며 “이 기세를 태권도 선수들이 이어받아 금메달 소식을 많이 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용운(27)씨도 “이효정 선수가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에 그쳐 안타까웠는데 잘됐다”고 말했다.
네티즌의 찬사도 잇따랐다. 이날 두 선수의 미니홈페이지는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려는 네티즌들의 발길이 몰리면서 한 때 접속이 되지않았다.
가수 이승기를 닮은 준수한 외모로 특히 여성 팬들의 인기가 높은 이용대 선수의 미니홈피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금메달 진짜 축하해요. 카메라에 윙크한 거 최고 (정직한 누나팬♥ 김진영)”, “금메달 딴 거 완전 축하해요∼예뻐요♡(♬ 유지숙)”, “정말 재미있는 경기였고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습니다.(하늘서리)” 등 축하 메시지가 쇄도했다.
앞서 16일 밤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에서 장 선수가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는 순간 고향인 강원 원주시 명륜동 하늘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명륜동의 한 교회에 마련된 응원장에서 응원을 하던 장 선수의 가족과 마을 주민들은 장 선수가 세계를 불끈 들어올리자 “장미란 만세”를 외쳤다.
장 선수의 어머니 이현자(51)씨는 이날 2시간가량 눈을 감고 기도만 하다가 딸이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따내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아버지 장호철(55)씨와 아들이 장 선수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난 상태에서 집에 남아 TV를 지켜볼 엄두가 나지 않아 교회를 찾았다는 이씨는 “경기 2시간 전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 두려워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하라고 당부했다”며 “고생한 미란이가 자랑스럽기만 하다”고 밝게 웃었다.
이씨는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고 해 걱정했는데, 다져서 볶은 고추와 더덕구이 등 미란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해 준 것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학교 때 운동을 시작한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운동에 매진해 온 미란이가 2002년 아테네에서의 은메달의 한을 푸는 금메달을 목에 걸어 너무 대견스럽다”며 감격해 했다.
김기열 원주시장은 “원주의 딸 장미란 선수가 베이징 하늘에 한국인의 기상을 드높여 자랑스럽다”며 “한국 역도의 대들보로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소식을 전해 주길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이날 장 선수의 소속 팀인 경기 고양시의 일산 웨스턴돔 이벤트광장에서도 선전을 기원하는 열띤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300여명의 시민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에 나와 박자에 맞춰 노란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대∼한∼ 민국’을 연호하는 등 화끈한 응원을 벌였다.
유태영, 춘천=박연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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