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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관계 차단 행동 배경과 전망

입력 : 2008-11-13 09:28:54 수정 : 2008-11-13 09: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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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상봉 인도사업 중단도 공식화 북한이 12일 남북적십자 채널의 단절을 일방 선언하고 군사분계선 통과에 대한 엄격 제한 및 차단 조치를 밝힌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행동'은 미국에서 대북 직접 대화에 적극적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남한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과 남북관계 전면차단 중 양자택일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나,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런 요구에 쉽사리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지난 9개월간 경색국면에 갇혔던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립국면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될 전망이다.

남북 당국의 궤적을 보면 북한이 경고하는 `남북관계의 전면차단'이라는 막다른 골목을 피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지만, 앞으로 그 골목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남북이 스스로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국제정세 등 외부 상황의 충격이 있어야만 가능할지 아직 자신있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남북적십자 채널 단절 = 북한 적십자회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남한 정부가 공동제안한 것을 구실로 남북적십자 채널과 판문점 직통전화의 단절을 일방 천명한 것은 장기 경색상태이던 남북관계가 빈사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을 상징한다.

남북 적십자 회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동시 발표한 남북관계 차단조치들가운데 적십자 채널과 직통전화 단절을 북한 군부의 육로통행 엄격 제한 조치보다 더 중대한 의미로 받아들였다.

한 오랜 적십자 회담 관계자는 "1971년 남북이 처음 적십자회담을 하면서 판문점대표부를 만들고 직통전화를 개설한 이래 북한이 전화를 안 받은 적은 있지만, 대표부 폐쇄와 대표 철수 및 직통전화 단절을 공식 천명한 적은 없다"고 북측의 초강수 의미를 설명했다.

37년간 남북 당국간 핫라인 역할을 해온 이 채널과 전화 단절은 남북 군사당국간 직통전화만 가느다랗게 남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남북관계의 '빈혈'과 '불통'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사실 남북 적십자 채널은 당국관계의 경색 속에 이미 지난 9개월간 아무런 역할을 못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조치는 구체적인 결과보다는 상징성이 크다.

이번 조치는 그러나 고 김일성 주석 때 이뤄진 남북 7.4공동성명을 토대로 한 남북관계의 틀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해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의 중단도 예상케 하는 것이다.

남한 정부가 유엔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격렬하게 반응해온 북한이 이번 공동제안에 더욱 강경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점은 예상됐으나, 북한은 한동안 공동제안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다가 곧바로 남북간 인도주의 사업을 대변하는 적십자 채널을 끊는 행동을 취했다.

북한 적십자회는 또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북남 사이의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마저 완전 차단되게 된 책임"을 남한 정부에 전가함으로써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을 바라는 여론을 동원한 남한 정부에 대한 압박 효과도 노렸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판문점 연락사무소에서 운영되는 직통전화를 통해 남북간 접촉이 가능했지만, 최근엔 전화 자체는 가동돼도 남측에서 연락해봐야 북측의 응답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접촉이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영철 한적 사무총장은 "남북간 직통전화를 운영하는 것은 당국간 대화나 이산가족 문제 차원에서 남북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안도감의 표현인데 안타깝기 그지 없다"면서 "대화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 통행 제한 = 북한 군부는 이날 통지문에서 군사분계선 통행 제한 이유를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에 대한 남한 정부의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가 최종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현 정부가 10.4선언에 대한 `선별적 이행' 원칙을 고수하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현 정부의 대북 상생.포용정책의 주된 내용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은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킴으로써 부시 미 행정부 초기의 대북 압박정책과 같은 것이라고 규정, 배척해왔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뒤 남측에서 거론된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과 '개념계획 5029'의 작전계획화 등에 대해서도 '흡수통일론'이라고 반발하는 등 이명박 정부가 기본적으로 자신들에게 적대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측은 남북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변을 내놓으라고 남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분석했다.

북한 군부의 이번 조치는 일단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을 드나드는 인원과 차량, 물자에 대한 검문과 검색을 강화하는 조치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북측 통지문은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는 우리 군대의 실제적인 중대조치"라고 언급함으로써 당장 전면차단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측이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나 개성에 체류하는 남측 인원으로선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현대아산의 개성관광 사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분계선 통행 제한조치의 발효를 보름여 뒤인 12월1일로 미룬 것은 그 사이에 남한 정부의 대응조치를 지켜보면서 실제조치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남한 정부가 북한의 압박에 십수일만에 대북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북한의 `보름전 예고'는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남측에 넘기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이번 조치를 "1차적"이라고 명시한 만큼 2차, 3차로 수위를 높인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북핵협상이나 남북협상에서 극단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뒤엔 상황 변화가 없으면 단계적으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의 조치가 극단적으로 개성공단 입주업체 철수 등의 조치로 이어질 개연성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후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한 북한이나,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이명박 정부나 모두 남북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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