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오리냐크 문화’ 풍부한 음악문화 입증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실은 연구논문에 따르면 남부 독일의 아흐(Ach) 계곡의 홀레 펠스(Hohle Fels)라는 이름의 동굴에서 발굴된 이 피리는 독수리 뼈로 만들어졌으며 석기로 매우 정교하게 조각이 돼 있다.
피리는 길이 22㎝에 지름이 2.2㎝가량으로 손가락으로 막을 수 있는 4개의 손가락 구멍과 더불어 사람이 입을 대고 불 수 있는 곳에는 V자 형태의 홈 2개가 나 있었다.
피리는 12조각이 난 채 발견됐으며 발굴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결과 이 피리가 최소 3만5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악기는 5000년 전에 제작된 것이었다.
튀빙겐대 연구팀은 이곳에서 발굴된 피리 조각들은 다뉴브강 상류에서 이 지역으로 이주했던 현생 인류가 당시 풍부한 음악 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피리가 발굴된 곳 인근에서는 작은 여성 입상도 발굴돼 이 지역에서 폭넓은 예술적인 문화가 꽃피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동굴에서는 피리 조각뿐 아니라 악기를 다듬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이는 석기 조각들도 발굴됐다. 또 석기시대 인류가 동굴 벽화를 그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불에 탄 뼛조각도 다수 발견됐다.
튀빙겐대 니콜라스 콘라트 교수는 “아흐와 론 계곡지역의 오리냐크 문화권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삶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냐크 문화는 4만∼1만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의 서유럽 지역에서 꽃피운 문화다.
콘라트 교수는 이 피리의 복제본을 아직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발굴된 피리가 현대의 피리와 비슷한 음계를 냈을 것이라며 “후기 구석기 시대의 음악은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해 현생 인류의 인구적, 지역적 확장을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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