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심화… 공약실현 재원 마련도 걱정 54년 만에 일본 정가의 ‘대변혁’을 몰고 온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세계 2위의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난제를 떠안고 있다. 과거 ‘잃어버린 10년’으로 상징되듯 일본 경제의 침체는 어느 누구도 쉽사리 치유하기 힘든 난치병으로 꼽혀 왔다. 최근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일본 경제의 불황그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1일 하토야마 대표가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기록적인 실업률과 디플레이션이 경제 회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자칫 새 정부의 ‘허니문’이 짧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민주당이 반세기 만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정치적 그림을 다시 그렸지만 극도로 취약한 경제를 부활시켜야 하는 어마어마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은 지난 7월 사상 최고인 5.7%까지 치솟았다. 미즈호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이이즈카 나오키는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치솟고 있는 실업률을 붙잡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10월 중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줄곧 내려가는 디플레이션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후 최악의 수준인 2.2%까지 떨어져 기업이익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계소비도 최근 5개월 사이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승리하자마자 20여년간 경기 침체에 시달려온 가계를 살려내겠다며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 위주로 경기부양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일단 얼어붙은 내수에 불을 지펴 기업이익을 호전시키고 다시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창출하겠다는 설명이다. 실제 하토야마 대표는 실업자에 매달 10만엔씩 지급과 휘발유세 인하,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18%→19%)을 약속했다.
문제는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공약 실현이 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육박하고 있는 공공부채를 더 이상 악화하지 않겠다며 “채권 발행 대신 관료제 축소와 대형 국책사업 재검토 등 예산 절감을 통해 새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대 에드워드 링컨 교수는 그러나 “민주당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정책까지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공약이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제도 살아나지 않으면 허니문이 매우 짧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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