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략적 대응에 인내 필요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민주당 및 하토야마 대표가 이번 총선거에 임하면서 제시한 정책집(인덱스 2009) 및 매니페스토(정책요약집), 그리고 인터뷰 내용 등에서 한일관계와 연관해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하나는 한일관계에서 갈등을 야기시켰던 문제에 매우 전향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제기하면서 신뢰관계를 강화하겠다거나 야스쿠니신사의 A급 전범 합사를 문제시하면서 국민추도시설의 건립을 제안하고, 재일동포를 포함한 외국인의 참정권 문제나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전후 일본의 남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그 예라고 하겠다.
반면 한국에 또 다른 민감한 이슈인 독도와 연관해서는 일본의 영유권을 지적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한일관계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이러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이해해 준다면, 일본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한일관계에서 그동안의 갈등요인을 크게 해소할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에 의한 일본의 이러한 변화 가능성 때문에 한국에서도 일본 민주당 정권에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큰 기대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먼저 현재 일본 민주당이 정책공약집에서 제시한 사항들, 예를 들어 국민추도시설의 건립이나 영주외국인의 참정권 부여 등과 같은 사안은 시일과 정치력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내년에 참의원 선거를 앞둔 민주당으로서는 국민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는 연금이나 의료보험 등과 같은 복지관련 문제나 경기회복을 위한 사안, 그리고 민주당이 강력히 제기한 정치주도형 시스템 구축 등을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이 많다.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겠다는 것 정도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보여줄 변화의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전략적 대응에는 인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일본 민주당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하토야마 대표나 오자와 전 대표와 같이 자민당에서 출발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요코미치 의원처럼 사회당 출신이나 가와바다 의원처럼 민사당 출신도 있다. 같은 보수계열의 인사라도 마에하라 전 대표와 같은 젊은 층은 오히려 더 적극적인 국제공헌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치일정상으로나 구성원의 다양성으로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과거사문제와 관련해서는 물론 대중정책이나 대북정책, 그리고 대미정책 등과 같은 외교 전반에서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비쳐질 수 있고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오해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보다도 이들과 소통할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기존에 가동된 공식적 채널은 물론, 비공식 채널의 형성과 운용을 포함한다. 한일 간의 협력적 관계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의 안정과 한국의 지속적 발전에도 중요하다고 하겠는데 이를 위해서 변화하는 일본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한국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