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단 한차례의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정치권 내에서는 `낡은 헌법'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기틀을 지탱하기는 무리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5년제 대통령 단임제, 입법부와 행정부와의 관계 등에 있어 적지않은 폐해가 드러난 만큼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 등 정치제도를 일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대화.소통 부재,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등 현안을 둘러싼 극한 대치, 제 정파간 엇갈리는 이해관계 등은 실질적인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는 장애물이었다.
지난해 김형오 국회의장의 개헌 논의 공식 요청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성있는 제한적 개헌' 언급으로 불씨는 지펴졌지만 정작 논의 주체인 국회는 개헌특위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새해 들어 여야 모두 `개헌 드라이브'를 걸 조짐을 보이고 있어 23년만의 개헌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내년부터 총선.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2010년 개헌론'이 부상할 수 있는 시점을 맞았다는 관측이다.
집권 1기 새로운 법.제도 정비에, 집권 2기 경제위기 극복 및 선진화 발판 마련에 주력했던 이 대통령이 개헌, 선거제 및 행정구역 개편을 한묶음으로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여건도 마련돼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께 "개헌을 한다면 앞으로 1년 안에 해야 한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4대강 및 새해 예산안 대치'를 끝낸 여야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개헌론 불씨 살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당 내부 사정으로 개헌 논의를 못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한나라당 의원, 야당 지도부의 얘기를 들을 것"이라며 개헌 행보를 시사했다.
또한 당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 진영에서 개헌 당위성이 확산되고 있고,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지만 개헌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아울러 야당발(發) 개헌론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전 개헌정국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반대"라고 말하면서도 "5년 대통령 단임제 폐해 극복을 위해 4년 중임제 개헌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6.2 지방선거 이후 개헌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올 상반기에는 세종시를 비롯한 당면 현안과 6.2 지방선거 등으로 개헌론이 묻힐 수 있지만 지방선거 이후에는 여야간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개헌론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상반기로 임기를 마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을 위한 정치권 환경조성에 '올인'할 수도 있다.
다만 차기 대권고지에 가장 근접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개헌 방향에 대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어 "개헌에 부정적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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