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 왜… 방문취업자 등 반영안돼
고임 왜… '최저임금' 타국보다 두둑 외국인 근로자가 공식 통계보다 최대 25만명이 더 취업해 한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주로 건설업과 음식·숙박업 등 비숙련 분야에서 국내 인력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임금이 주변국보다 높아 외국인력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령’ 외국인 근로자 최대 25만명=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외국인력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중 21만9600∼25만6200명이 취업자 통계에서 누락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KDI는 외국인 근로자는 가구를 형성하지 못해 가구 단위 통계조사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크고, 언어나 불법취업 등의 사유로 무응답 처리되는 일이 많은데도 통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관계자도 “외국인 취업자 통계는 정확성을 자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KDI는 2007년 3월부터 외국 국적 동포의 자유로운 방문·취업을 허용하는 ‘방문취업제’가 시행되면서 이들이 예전보다 연간 10만명 이상이 더 입국했는데, 통계청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이 2008년 5월에 조사한 외국인은 모두 77만4000명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시기 법무부가 출입국 통계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114만명에 이른다. 통계청보다 무려 36만6000명이 더 많은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고용률이 체류 외국인의 60∼70%인 점을 감안하면 21만9600∼25만6200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더 갖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력 급증 원인은 고임금=우리나라에 외국인력이 최근 급증하는 것은 임금이 주변국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08년 우리나라의 생산 및 단순 직종 외국인 근로자 임금은 120만∼150만원으로 대만(60만∼70만원), 싱가포르(60만∼90만원), 두바이(20만∼30만원), 홍콩(30만∼40만원) 등보다 월등하게 높다. 이는 불법체류의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KDI는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높은 것은 최저임금제 때문이다. 국제기준으로 보면 외국인 근로자도 내국인과 같은 대우를 해주기에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시간외 근로수당을 더한 정도에서 결정된다. 우리나라와 대만의 최저임금은 각각 78만원, 56만원이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는 최저임금제가 없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건설업과 음식·숙박업 분야에서 국내 단순직 인력을 대체한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건설업 일용직·임시직의 국내 인력 비중은 2007년 상반기 50.13%였으나 2008년 상반기에는 46.47%로 급락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력 비중은 같은 기간 5.71%에서 9.13%로 껑충 뛰었다. 음식·숙박업에서도 임시·일용직의 국내인력 비중은 이 기간 38.15%에서 37.35%로 하락한 반면 외국인력 비중은 3.26%에서 4.78%로 높아졌다.
KDI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외국인력의 유입은 필요하다”며 “하지만 외국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정확한 통계와 그에 따른 공급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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