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1390번지에 자리 잡은 대전고검 청사(사진)의 검사장실과 차장검사실은 모두 텅 비어 있다. 검찰청에서 가장 ‘웃어른’에 해당하는 검사장, 차장이 동시에 자리를 비운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전고검은 채동욱 고검장이 ‘검사 떡값·향응’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단장에 임명돼 22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떠남에 따라 조사 완료 때까지 고검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공교롭게도 채 고검장 직전의 대전고검장은 김준규 현 검찰총장이다.
고검장이 없으면 차장이 고검장 직무를 대행해야 하는데 대전고검은 현재 차장도 없다. 지난해 9월 대검 강력부장이 공석이 되자 법무부가 조영곤 당시 대전고검 차장을 대검 강력부장으로 전보발령했기 때문이다.
대전은 서울과 가까워서 그런지 검찰 조직 핵심부에 큰 사건이 터지거나 인사공백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거나 메우는데 ‘동원’되곤 했다. 2001년 검찰이 ‘이용호 게이트’로 파문에 휩싸이자 특별감찰본부를 꾸렸는데, 이 때에도 한부환 당시 대전고검장이 본부장에 임명돼 상경했다. 법무부나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가 갑자기 사표를 내 공석이 생기는 경우 대전고검 차장을 그 자리로 보낸 사례가 많다.
고검장과 차장이 함께 자리를 비우는 건 몹시 이례적이지만 전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7월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뒤 그의 사법연수원 선배들이 일제히 용퇴하면서 광주고검도 고검장과 차장이 둘 다 공석이 됐다. 이에 광주고검 검사들 중 가장 선임자가 다음 인사 때까지 고검장 직무를 대신 수행했다.
지난해 김 총장에 이어 올해 채 고검장까지 대전고검장을 지낸 검사가 연달아 중용되자 대전·충청 지역민들은 반기는 기색이 뚜렷하다. 대검은 채 고검장의 진상조사단장 발탁에 대해 “검찰 내 신망과 언론 신뢰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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