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준 부산지검장이 ‘검사 향응 파문’과 관련해 사의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법무부는 당황한 기색이 뚜렸했다. 검사 임명과 전보, 해임 등은 모두 법무부 소관이다.
이날 제47회 ‘법의 날’(25일) 기념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은 법무부 관계자는 “박 지검장 사표를 수리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 감정은 사표 내면 바로 수리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겠느냐”며 “중징계 사안이 아니라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표를 곧장 수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그는 얼마 뒤 “(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다는 걸 이야기로만 전해들었다. 아직 정식으로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제출되면 검사징계법에 따라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사표를 받아들일 것 같던 처음 태도에서 상당히 후퇴한 셈이다.
현행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때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 중인 때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에만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박 지검장이 부산 건설업자 정모(51)씨에 의해 접대를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건 맞지만, 중징계 대상이 아니라면 사표 수리가 꼭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민유태 당시 전주지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사례가 있다. 법무부는 박 지검장 사표를 수리할 경우 국민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박연차 게이트’ 때처럼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다른 보직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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