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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아날로그 화평의 공존을”

입력 : 2010-05-11 17:55:48 수정 : 2010-05-11 17: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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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에 애정어린 질책… '문학, 영상을 만나다' 펴낸 평론가 김주연씨 문학평론가 김주연(69·한국문학번역원장)씨가 ‘문학, 영상을 만나다’(돌베개)를 펴냈다. 40여년 동안 평단의 일선에서 한국문학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분석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석학이 작금의 한국문학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애정어린 질책과 더불어 희망을 말하는 책이다. 지난해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한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 시리즈의 한 부분으로 초청되어 5번에 걸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행했던 특강을 정리해 묶었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씨. 그는 “영상 문학의 특징이 명멸(明滅)에 있음에 반해, 각인(刻印)을 특징으로 하는 활자 문학은 삶의 순간순간을 기억케 하는 중요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썼다.
-한국문단에 “아날로그 문학인의 눈으로 볼 때 만화 같은 내용/형식의 20∼30대 디지털 세대문학과, 젊은 디지털 문인들에게 이조 잔영처럼 보이는 노후한 문학이 공존하고 있다”고 서문에 썼는데 ‘화평의 공존’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요?

“신형 자동차와 첨단 비행기가 출현해도 걸어야 할 때는 걸어야 합니다. 물론 걷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지요. 속도의 세상에서 개발된 문명의 이기는 이용해야죠. 사실, 같이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한 세대입니다. 편의상 굳이 세대를 나누는 거지요. 세대를 열심히 가르는 건 한국인, 그중에서도 특히 문단에서 유별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새삼스럽게 젊은 작가들을 자세하게 살폈을 텐데 아날로그세대 입장에서 어떤 부분에 공감이 가던가요?

“공감이라는 말의 의미는 ‘연민이 담긴 애정’인데, 사실 공감되는 면이 많지 않았어요. 요즘 나온 박범신의 ‘은교’라는 소설, 칠순 노인과 17세 소녀의 교감을 다룬 이 작품은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것 중 가장 명작입니다. 스승과 제자와 어린 여자, 이 세 주인공의 의식이 예술성이라는 한 솥에 잘 녹아 있어요. 그래야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이나, 여자나 남자나 모두 공감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젊은 작가들의 폭력과 엽기성은 아주 일시적인 현상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젊은 작가들의 시나 소설에 나타나는 엽기와 폭력성이 영상문화 때문입니까?

“영상은 사람의 시각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상의 특징 자체가 강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생명의 질서는 조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튀는 부분은 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 ‘각인(刻印)의 시대는 가고 명멸(明滅)의 시대가 왔다’고 표현하셨는데 아날로그 세대 입장에서 ‘희망’은 없습니까?

“섹스 폭력 엽기로 나타나는 영상문학의 특징적 성격이 융합의 넓은 바닷속에서 출렁거리며 극복되어야 합니다. 고전주의나 낭만주의시대, 혹은 17∼18, 19∼20세기 사람들은 같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다른 점보다 공통점이 더 크지요. 새로운 부분이 강력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양적으로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총체적으로는 적은 부분입니다.”

김주연씨는 젊은 작가들을 큰 틀에서 끌어안으면서도 그들의 분발을 강조했다. 그는 “그들도 볼펜으로 써보면 안 될까?”라고 농담처럼 덧붙였다. 나이 든 작가들은 컴퓨터와 손으로 쓰기를 양립하는데 그들은 컴퓨터밖에 모른다는 지적이다. 노트북 없이 볼펜만 지니고 집필에 임한다면 젊은 작가들의 정서도 제법 흔들릴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책의 서문에서 인용하는 이런 구절이야말로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여전히 변함없는 진실인 건 맞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만화 혹은 노후로 생각한다면 거기에 화평은 없다. 화평은 양자 사이의 존중에 있을 것이며, 이때 그 화평은 풍성함으로 나아갈 것이다.”

조용호 선임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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