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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정보화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입력 : 2010-05-21 15:48:46 수정 : 2010-05-21 15: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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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류학자 박정진씨‘굿으로 보는 백남준’ “백남준은 ‘정보화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다.”

백남준이 ‘비디오아트의 아버지’로 대단한 예술가인 줄은 알지만 우리 중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해 보지 못하고, 말해 본 적이 없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예술인류학자 박정진씨는 최근 ‘굿으로 보는 백남준 비디오아트 읽기’(한국학술정보)라는 460여 페이지의 두툼한 비평서를 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백남준은 매체 자체가 예술이라는 사실을 전자텔레비전 기술로 보여줌으로서 미술행위를 원천적으로 바꾼 인물이다. 미술사에서 매체혁명을 이룬 작가로 자리매김되는 이유다. 회화를 캔버스의 이미지에서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조각 설치의 개념도 텔레비전을 콜라주하는 기법으로 바꾸었다.

이같은 ‘행위’의 근저를 박씨는 ‘굿’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백남준 예술의 심층과 무의식-의식을 종횡무진 휘저으며 그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백남준이 한국인이었다는 프리즘을 통해서 그를 다시 보게 하였다는 점에선 그를 낳은 한국의 체면을 세우게 됐다.

그는 굿(gud)과 굳(good), 갓(god)이라는 단어의 연관성을 통해 결국 이들이 모두 인간의 행운을 신에게 비는 축제, 의례, 즉 ‘굿’을 행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결국 백남준에 세계적 아티스트가 된 것은 한국인으로 태어나 굿에 익숙했던 경험을 토대로 서구미술계에서 마치 자신이 ‘황색공포’(yellow peril)로 미술계의 칭기즈칸이 된 것처럼 ‘신명나는 큰 굿판’을 벌인 까닭에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동안 백남준에 대한 비평은 주로 서양 미학적 혹은 철학적 해석으로 진행돼 왔다. 주로 현대미술의 오브제, 혹은 퍼포먼스, 앗상브라주의 개념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박씨는 ‘굿’이라는 개념을 미술비평의 영역에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백남준은 한국인의 DNA를 타고났으며,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했지만 그에 대한 한국미학, 한국철학의 입장에서 행해진 본격적인 해석은 드물었다.

과연 원시종합예술인 굿이라는 개념이 오늘의 혹은 내일의 최첨단의 예술에 대해 어떤 혜안을 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박씨는 그러한 욕구의 절반쯤은 해소시켜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샤머니즘에 대한 새로운 해석, 즉 ‘모든 인간은 무당이다’ 라는 화두와 함께 백남준의 의식의 지도라고 할 있는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 섬’을 처음으로 해독하는 성의를 보였다. 또한 백남준에 있어서 음악과 미술의 상호소통과 그것이 비디오아트의 탄생과 어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를 분석하는 동양문화적 특성과 문명적 관점에서 해석을 처음 시도했다. 무엇보다 서양의 미술평론가, 미학자, 그리고 철학자를 위해서 서술된 곳이 많다. 저자는 이를 더욱더 보강하기 위해 앞으로 질 들뢰즈의 관점에서 백남준 미술을 바라보는 책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제 서양의 미술사가나 평론가들은 역으로 한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백남준의 미술비평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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