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호 외교안보부 기자 |
이름은 사물의 본성과 외양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국가와 군의 방향을 정하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권 시절 ‘국방개혁 2020’은 개혁 완성 목표연도(2020년)를 이름에 넣었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공동 군 운용계획인 ‘작전계획 5027’엔 작전지역 등을 의미하는 숫자가 들어 있다. 최근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아덴만 여명’이나 2003년 미군의 이라크전 작전명령 ‘충격과 공포’도 이름 안에 시사점이 있다.
그런데 20년이 걸리는 국방개혁 의지를 담은 이번 계획안엔 대통령 보고일자만 덩그러니 담겼다. 의미도, 비전도 드러나지 않는다. 군의 창의력이 부족한 것인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던 탓인지 알 수 없다. 20여년 전 노태우 정권 군개혁안도 대통령 보고일(8월18일)을 따 ‘818계획’으로 달았다.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307계획 명칭을 놓고 “부동산정책 이름 같다”는 등 부적절성을 따지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장관은 뒤늦게 명칭 변경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보고 시점이나 확정일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더 중요한 건 군의 개혁 비전과 의지다. 국민에게 개혁안을 발표한 3월8일을 따 ‘308계획’으로 이름을 지었더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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