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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에 대자보.."이 학교에서 우리는 불행하다"

입력 : 2011-04-07 15:55:54 수정 : 2011-04-07 15: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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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이 올해 들어 3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 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7일 KAIST에 따르면 한 3학년 학생이 전날 오후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사천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붙였다.

이 학생은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었다.

또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개성있고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표방하면서 (중략)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놓고 네모난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맞추도록 강요한다. 숫자 몇개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잣대가 됐고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며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남표 총장에게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부과하는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를 비롯한 무한경쟁,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을 폐기하고 진정 사천학우를 위한 카이스트를 건설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다른 학생들도 서 총장이 지난 4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세상 그 무엇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자의 마음과 자세에 달렸는데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으며 나중에 이기기 위해 때로는 지금 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을 게재하자 강력 반발했다.

이 글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을 정신적인 나약함으로 몰아감으로써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반박하면서 총장이 최근의 사건들로 많은 것을 느끼고 근본적인 개선안을 내놓기를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아 실망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경쟁을 하려고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만큼 학생들을 경쟁시킬 생각 대신 학생들에게 얼마나 더 가르쳐줄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가장 중요한데 열정을 깎아내리면서 경쟁만 유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사람을 이길 만한 실력을 갖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습에 대한 열정의 부산물인데 서 총장이 도입한 '징벌적 수업료'가 학생들이 스스로 즐거워서 열정을 갖고 공부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 총장은 8일 오후 7시 학내 창의관에서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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