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식씨 선림원종 복원과정 기록
일각 “종 옮기기도 쉽지않아” 지적
원씨 “인도·獨·日서도 사용” 반박 전통 범종 재현을 놓고 벌어진 특허 논쟁 과정에서 범종 제작부문 인간문화재인 원광식(69)씨가 재현한 방식대로라면 종을 만들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원씨의 전통 범종 재현 과정을 담은 책 ‘주철장’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25일 ‘주철장’ 책자에 따르면 범종 제작은 종의 크기보다 더 넓고 깊게 판 사각형 구덩이 안에서 이뤄진다. 따로 만든 종의 내·외형 거푸집을 합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철장’은 원씨가 6·25 전쟁 중 소실된 선림원종을 2005년 5월 복원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으로 담은 책이다.
원씨가 사용한 방식에서는 거푸집을 내형과 외형으로 따로 만들어 조립한다. 조각용 문양을 만들 때에는 밀랍에 쇠기름을 8대 2로 혼합해 쓰는데, 최근에는 밀랍과 송진을 5대 5 비율로 섞어 사용한다.
‘주철장’에는 또 문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천연암석인 이암에 음각부조로 문양을 새겨 넣은 뒤 그 틀에 쇠기름과 혼합한 밀랍을 붓는다고 돼 있다. 외형 거푸집 제작에 쓰는 주물사는 이암가루와 고운 모래, 진흙을 33%씩 섞어 쓴다고 ‘주철장’은 기록하고 있다. 경기무형문화재 제47호(주성장)인 이완규(56)씨와 일부 범종 전문가는 원씨 방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구덩이 속에서 종을 만들면 거푸집을 건조하기가 어렵고 기중기가 없던 옛날에 무거운 거푸집을 옮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서다. 내형과 외형 거푸집을 조립해서 쇳물을 부을 공간이 일정하게끔 정확하게 조립하는 것도 힘들며 종을 완성한 뒤 구덩이에서 꺼내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밀랍에 쇠기름을 섞으면 젤 상태가 돼 버려 조각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암에 조각을 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수정할 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원씨가 이암가루와 모래, 진흙을 섞어 만들었다는 주물사는 물기가 마르면 다시 가루상태가 돼 버리는 탓에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원씨는 “거푸집을 구덩이에 안치해야 쇳물 주입 시 발생하는 엄청난 주조압력을 견뎌 틀이 터지지 않는다”며 “인도와 독일, 일본에서도 이 방식으로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종을 지상으로 어떻게 들어올렸는지 기록이 없지만 고대 이집트인이 피라미드 돌을 운반하는 방식과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씨는 또 “밀랍에 쇠기름을 넣지 않으면 쉽게 굳어 사용할 수 없고 중국의 ‘천공개물’에도 소개돼 있다”며 “이암 등 3가지 재료로 주물사를 만들 때 다른 섬유질도 넣는데 비법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암에 조각하기 전에 물을 살짝 묻히면 쉽게 조각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문양판을 만드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고 원씨는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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