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들은 21일 “리비아 석유 생산을 예전 수준으로 복구하는 속도가 카다피 사망을 계기로 빨라질 것”이라며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도 석유 생산 정상화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처럼 리비아 석유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서방 국가들이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 서방 각국이 막대한 전비를 투입하며 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속내도 석유 공급선 확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가 그 선두에 섰다.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저돌적 추진력을 바탕으로 리비아 내전 승리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첫 공습도 프랑스 미라주 전투기가 앞장섰다. 당시 영국, 미국 등과 작전 조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너무 나선다’는 눈총을 받을 정도였다. 프랑스는 논공행상에서 석유로 보상을 톡톡히 받아낼 전망이다. 일부 언론은 프랑스가 리비아 과도정부를 전폭 지지하는 대가로 리비아 생산 원유의 35%를 할당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리비아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도 내전 초기 석 달 동안 2억5000만파운드를 쏟아부었을 정도로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다. 영국은 또 시민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하자 리비아 동결자산 2억8000만디나르를 발행해 리비아로 공수하는 성의를 보였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비해 적극성이 떨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군사개입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비아로부터 경제적 이권을 챙기는 것을 소홀히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들 3개국 외에 지난달 1일 ‘리비아의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프랑스 파리에 모여 리비아 사태 후속 조치를 논의한 세계 60개국과 국제기구도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에서 상당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의 군사개입에 날을 세웠던 러시아와 중국도 카다피가 트리폴리에서 축출된 이후 발빠른 모습으로 리비아에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과 과도정부 사이에서 줄타기했던 점 때문에 차지할 ‘파이’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카다피 정권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뒤늦게 리비아 과도정부를 실질적 권력으로 인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운데 유일하게 시민군을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은 ‘리비아의 친구들’ 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다. 러시아나 중국은 카다피 정권 시절에 맺은 경제협력을 비롯한 각종 투자 계약이 성실히 이행되기를 바라면서 재건 사업에서 배제당하지 않기 위해 새 지도부와 우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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