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문제 등 주민 생활고 직면…새로운 비전 제시 못하면 고비
개혁·개방 싸고 정책갈등 잠복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종료와 동시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홀로서기’가 본격화됐다. 영결식날 쏟아진 폭설처럼, 김정은이 헤쳐나가야 할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체제안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만큼 단기적으로 체제결속을 강화하며 공포정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보호막인 ‘유훈’에 충실히 따르는 보수적 기조의 국정운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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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대 사열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초상화를 실은 차량을 선두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조화, 영구차, 주석단을 태운 차량 순으로 이뤄진 운구행렬이 금수산기념궁전을 빠져나가기 직전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2002년 개혁적 경제정책을 추진한 경험을 공유한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박봉주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의 ‘재결합’에 주목하고 있다. 강경파 득세에 밀려나야 했던 과거와 달리 장성택은 김정은의 후견인으로서 권력 최고 실세로 떠올랐다. 장성택의 아내 김경희 경공업부장의 부하인 박봉주는 지난해 8월부터 김 위원장이 사망 전까지 벌인 경제분야 현지지도를 빠짐없이 수행했다. 단천항 건설장, 단천마그네샤공장, 용전과수농장, 평성합성가죽공장, 낙랑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두단오리공장, 대동강자라공장, 광복지구 상업중심 등 김 위원장이 방문한 경제분야 현장에 어김없이 함께해 경제참모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리철 합영투자위원장, 최룡해·태종수 당 비서, 리수용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도 점진적 개방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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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장은 당과 국가와 군의 최고영도자인 김정은을 중심으로 권력엘리트들이 공생하는 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개혁·개방 정책 등을 둘러싼 정책갈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도력에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도 “단기적으로는 김정은이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내년 4월쯤 식량 문제 등이 불거지면 개혁·개방이나 핵 포기 여부 등 주요 정책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나이가 많은 권력 엘리트 집단이 세대교체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권력 내부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보은·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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