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네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뛰는 기름값의 원인을 정부는 독과점 탓으로, 정유업계는 세금 탓으로 돌린다. 이런 와중에 등골이 휘는 쪽은 소비자들이다.
기름값의 고공행진은 국내 정유사의 독과점 구조에 기인하는 면이 없지 않다. 국내 기름시장에서 정유 4사의 점유율은 98%에 이르고, 이런 시장구조가 기름값을 올리는 원천이 되고 있다는 것. 기획재정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은 10여 개 도매업체가 휘발유를 경쟁적으로 공급하고, 셀프주유소와 원하는 정유사의 기름을 취급하는 자가폴 주유소 비중이 45%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이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국제유가가 뛰면 돈을 더 벌어들이는 국내 정유사의 이익 구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오일 등 국내 정유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문제는 이것뿐일까. 세금도 문제다. 휘발유 값에 포함된 유류세는 일본보다 월등히 많다. 4일 재정부와 오피넷(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08∼2011년 4년간 한국과 일본의 ℓ당 휘발유 평균 소비자가격은 각각 1729.25원, 1763.73원으로 한국이 34.48원 낮았다. 세금을 제외한 ℓ당 휘발유 값은 한국이 841.73원으로 일본(993.41원)보다 151.68원 낮았다. 휘발유 1ℓ를 구입하면서 우리 국민이 약 117원의 세금을 더 떠안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기름값이 안정됐던 2009년 5월부터 유류세에 탄력세율 11.37%를 추가 적용하면서 기름값 부담을 키웠다. 탄력세율은 정부가 세금을 30%선까지 탄력적으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한 세율체계다.
유류세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휘발유 1ℓ당 475원으로 정액이던 교통세는 2009년 5월 탄력세율 11.37%(54원)가 적용되면서 529원으로 고정됐다. 교통세가 오르니 이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교육세(교통세의 15%)는 71.25원에서 79.35원으로 8.1원, 주행세(교통세의 26%)는 123.5원에서 137.54원으로 14.04원 뛰었다. 세금이 76.14원 는 것이다.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를 더한 기름값에는 부가세 10%가 또 붙는다. 이로 인해 덧붙는 부가세는 최소 7.6원에 이른다.
탄력세율이 적용되면서 소비자는 휘발유 1ℓ당 83.76원을 추가로 떠안는 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시장구조만 탓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와 기업이 책임을 서로에 미루면서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줄힐 수 있도록 기름값이 뛸 때에는 탄력세율을 낮춰야 한다”며 “시장구조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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