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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지방행정체제 개편 갈등

입력 : 2012-07-02 18:10:55 수정 : 2012-07-02 18: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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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주도 통합에 기초의회 폐지 추진… 지방자치 훼손 논란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출범 1년 4개월 만에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36개 시·군·구를 16곳으로 통합하고 서울과 광역시 6곳의 기초의회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원회는 지난 1년여간 80여차례의 회의를 통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지만 자체적으로 통합에 성공한 청주·청원과 통합에 적극적인 전주·완주를 제외하면 통합 대상 지역 대부분에서 반발하고 있다.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건의 지역’이 16곳 중 10곳…‘민심 외면’ 반발


이번에 통합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 가운데 지역의 통합 요구가 있었던 곳은 ▲의정부·양주·동두천 ▲안양·군포 ▲전주·완주 ▲구미·칠곡 ▲통영·고성 ▲동해·삼척·태백 등 6곳이다. 나머지 10곳은 주민들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2개 이상의 시·군·구에 걸친 대규모 사업으로 통합이 불가피하거나 인구나 면적이 과소하다는 이유로 위원회 차원에서 통합 대상에 포함시켰다. ▲도청 이전 지역(홍성·예산, 안동·예천) ▲새만금권(군산·김제·부안) ▲광양만권(여수·순천·광양) ▲과소 자치구(서울 중구·종로구, 부산 중구·동구, 부산 수영구·연제구, 대구 중구·남구, 인천 중구·동구) 등이다.

지역에서 건의하지 않았음에도 통합 대상에 포함된 지역 주민들은 “민심을 외면한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수·순천·광양 지역의 경우 지난달 28일 ‘도시통합반대 범시민대책회의’를 결성해 개편안 철회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청 이전 지역인 안동·예천과 과소자치구로 통합 대상에 포함된 대구 중·남구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주민 여론조사도 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특히 자치구를 통폐합해 광역화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역사를 거스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인천 중·동구는 양쪽 구의회에서 각각 통합안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중·동구 역시 여론조사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데 반발하며 ‘중·동구 통합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건의 지역에서도 곳곳 ‘파열음’

주민들의 건의에 의해 여론조사까지 거쳐 대상지로 선정된 곳에서도 자치단체 간 의견차이로 인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흡수 통합될 처지에 놓인 소규모 시·군·구의 반발이 거세다.

안양보다 규모가 작은 군포시 의회는 지난달 25일 “민의를 무시하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해 군포시민의 불이익이 예상된다”며 군포·안양 통합 반대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구미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칠곡군도 공무원들이 통합을 거부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가 있었으나 여론조사 결과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에서도 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목포와 무안, 신안군을 하나로 묶는 ‘무안반도 통합’을 추진해온 목포시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국회 등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여섯번째 통합을 시도한 목포시는 새만금권·광양만권은 통합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동일한 경제권역을 이루는 무안반도를 제외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또 도청 이전 예정지역(홍성·예산, 안동·예천)은 건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 지역은 2005년 도청이 이전됐는데도 탈락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수원·오산·화성 지역도 통합 추진이 무산되자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재심의를 요구한 상태다.

청주·청원은 통합 지난달 27일 청원군 주민투표 결과 청주·청원 통합이 사실상 확정되자 한범덕 청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이종윤 청원군수(왼쪽부터)가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구의회 폐지, “지방자치 역행” 논란도


서울과 6개 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를 추진하는 방안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위원회는 서울의 경우 구청장은 선출하되, 구의회는 구성하지 않기로 했으며 광역시는 의회를 구성하지 않고 구청장이나 군수도 임명하거나(1안) 구청장과 군수는 선출하되 의회만 구성하지 않는 안(2안)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어떤 경우든 기초의회는 폐지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구의원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지난 20년간 이뤄온 풀뿌리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특별·광역시의 구의회 폐지는 지방자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지방자치의 핵심권한인 예산 편성권과 조세권이 없는 구청장에게 지방자치를 책임지게 하는 것은 총탄 없는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라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서울시 구의회 의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성임제 강동구의회 의장은 “구청장을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처사”라며 기본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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