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땅을 밟은 뒤 전면화된 한·일 독도갈등을 두고 13일 만난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호사카 유지(56·사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독도 수호 전도사’로 통하는 그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귀화한 왜군의 항장 사야가(沙也可·1571∼1642)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한국 쪽에 선 일본 출신 학자다. 김충선(金忠善)이란 이름을 받은 사야가는 정유재란에서 큰 공을 세웠다.
일본이 허튼 주장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일본 주장을 허물기 위한 실질적인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논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대응·비판 논리를 제기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일방적인 주장을 묵인하거나 인정하게 됩니다. 아마 외국인 가운데는 독도를 일본 땅으로 여기는 이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그는 ‘조용한 독도 외교’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도 묵살하는 한국의 태도가 일본의 야심을 더 키운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왜 독도가 국제분쟁으로 갑니까. 갈 수도 없습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서 일본은 독도를 이미 포기했다는 것. 당시 한·일 간 교환공문에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일본 주장이 삭제됐으며 관련 조항에도 분쟁이 발생하면 외교상 경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제3국에 의한 조정에 의해 그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 까닭에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1965년 이후 일본이 독도문제를 제소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조약상 될 일도 아니지만 한국이 응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그는 “국제적으로는 일본의 논리가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한 외교 결과 일본이 국제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해 홍보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이는 논리에서 우리나라가 수세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대외적으로 숙이면 일본은 그 틈을 노려 더 달려들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정저지와(井底之蛙·우물 안 개구리)의 우를 범한 한국의 잘못된 대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독도 수호” 독도 사랑과 수호의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공군전투기 편대가 태극기가 휘날리는 독도 상공을 지나고 있다. 독도=사진공동취재단 |
호사카 교수는 “땀과 정성을 쏟아야 독도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신동주, 사진 김범준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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