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하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아뜰리에 터닝’의 작가의 방과 전시중인 작품. |
문화생활 좀 하고 싶지만 아직은 낯선 미술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갤러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아뜰리에 터닝’은 기존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딱딱한 성격을 확 바꾼 대안 공간이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던 임승호 디자이너가 1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직접 만든 곳이니만큼 공간 곳곳에 감각이 넘쳐 흐른다. 임 대표는 “15년간 광고디자인 회사를 운영했었는데 기업을 위한 소비지향적 디자인이 아닌, 나눌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공간을 만들었다”며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생각과 자극을 나누는 ‘문화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구명선·박미례·장고운 등 작가 3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묘한 산책’ 전이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무료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하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저녁이면 라이브 콘서트·토크쇼·강의 등도 열려 미술 작품 속에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아뜰리에 터닝에는 ‘작가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관람객의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실제로 작가들이 작업을 하기도 하는 이곳은 작가의 삶과 작업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작가의 작업노트와 일기장 등을 보며 작가의 생생한 숨결을 느끼게 된다. 어느새 미술은 딱딱하고 두터운 외투를 벗고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아뜰리에 터닝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도 있다. 바로 ‘아트 인 라이프’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퍼블릭 컵아트’다. 퍼블릭 컵아트는 작가의 그림이 들어간 종이컵을 말한다. 이 종이컵에는 씨앗이 담겨 있어 책상 위에 놓고 씨앗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어느 순간 미술은 우리 삶의 한쪽을 차지하게 되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기억하게 된다. 종이컵은 대중과 미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아트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갤러리 산책 ‘컬처워크’는 서울 곳곳에 숨겨진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종종 가도 갤러리는 여전히 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갤러리는 왠지 작가 지인들이 가는 곳이거나 작품을 구매할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갤러리는 가장 쉽고 저렴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높은 갤러리의 문턱을 낮춰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술을 전공한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갤러리 산책 ‘컬처워크’가 바로 그것. 컬처워크는 사람들이 가이드와 함께 서울 곳곳에 숨겨진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가이드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더욱 쉽고 재밌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는 물론 미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컬처워크는 청담동 근처의 갤러리를 산책하는 ‘청담 코스’, 북촌 근처의 갤러리를 돌아보는 ‘북촌 코스’로 구성돼 있다. 매달 새로운 전시를 보고 새로운 갤러리를 산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된다. 컬처워크 북촌 코스에 참여한 남혜진(31·여)씨는 “혼자 작품을 봤을 때는 작가 의도를 알 수 없어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보니 미술이 훨씬 쉽고 재밌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컬처워크를 운영하는 써니사이드업 전아름 대표는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갤러리를 편안히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국 갤러리는 불편하고 어려운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컬처워크를 운영하다 보니 미술을 즐기고픈 수요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컬처워크는 앞으로 미술을 쉽게 즐기도록 돕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솔로를 위한 갤러리 투어, 아이와 가족과 함께하는 갤러리 투어, 브런치와 함께하는 갤러리 투어,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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