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도 집안 내력이 있다. 그 집 식구가 유난히 자주 앓는 병이 있다. 이를 ‘가족력(家族歷)’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조부모에서 자식까지 4대에 걸쳐 사촌 이내에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가 두 명 이상이면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사촌 형이 위암이라면 그 집안은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집안에선 건강검진을 할 때 위 내시경 검사를 꼭 받을 필요가 있다.
가족끼리는 생활습관이 비슷해 질병까지 닮는다.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이 그렇다. TV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아빠와 아들’에서 보듯 아빠가 운동을 안 하고 비만이면 아들도 움직이지 않아 뚱뚱하다. 엄마가 고기를 좋아하면 자식도 고기를 잘 먹는다. 질병도 부전자전인 셈이다. 가족력에는 유전적 요인 못지않게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즐겨 먹느냐에 따라 10년 뒤, 20년 뒤 질병 발생 패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인지 북한에선 우리말 가족력과 같은 뜻으로 ‘생활력’이란 표현을 쓴다.
앞으로 다가올 명절에는 가족력과 식습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보자. 조심해야 할 질병이 무엇인지, 예방하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를 공유하자. 그래야 오래도록 명절과 가족 행사 때마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기름으로 지지고 부친 각종 전(煎)을 안주 삼아 술만 마시지 말고, 가족 친지랑 함께 마당에 나가 즐거운 놀이를 하거나 가까운 산에 오르는 것도 권유해본다
한인선 편강한의원 산본점 원장
▲상지대 한의과대 졸업 ▲경원대 한의과대학원 졸업(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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