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 빌딩 통째 빌려 사용도…영업행태 지능화 단속 애로 ‘8시 이전에 입장하면 한 분당 현금 26만원에 모십니다. 8시 이후에는 현금 33만원의 정찰제 업소입니다.’
할인 이벤트에 순번 대기표 장치까지 설치해 놓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성매매 영업을 벌여 온 기업형 ‘풀 살롱’이 경찰에 적발됐다. 낮에는 정상적인 호텔 영업을 하던 건물이 밤마다 성매매 소굴로 둔갑한 것이다.
◆9층 건물이 통째로 성매매 소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은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업소 총책임자 정모(35)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종업원 천모(34)씨와 성매매 여성, 성매수 남성 등 1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 업소 관리자 2명은 2010년 6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9층짜리 건물에서 지하 1층과 지상 2∼5층을 빌려 유흥주점을 차린 뒤 여성 종업원 100여명을 고용해 손님 1명당 3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하 1층과 지상 4, 5층의 유흥주점에서 1차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6∼9층 호텔 객실에서 2차 성관계를 갖도록 알선했다. 불법영업에 활용된 면적만 약 2080㎡(약 630평)나 됐다. 손님 분산을 위해 오후 8시 이전에 오는 손님에게는 성매매 비용을 할인해 주고 손님이 몰릴 경우에 대비해 순번 대기표 장치까지 설치했다. 경찰은 이 업소가 하루 24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총 2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만 50여곳 추산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것과 같은 ‘기업형 성매매’ 업소가 강남 지역에만 50곳 이상 포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성매매 영업이 활개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는 증거다. 단속과 행정조치 주체가 경찰과 지자체로 분리돼 있으며 영업 행태도 날로 지능화하는 탓이다.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단속된 인원은 2009년 7만3008명을 정점으로 2010년 3만1247명, 2011년 2만6136명, 지난해 2만1123명을 기록하는 등 감소세다. 하지만 실제로 성매매가 감소했다고 보긴 어렵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국 45개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은 4917명인데 비해 성매매 알선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은 13만7331명이나 됐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영업이 호텔이나 모텔, 오피스텔 등으로 침투해 자체 보안을 강화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에는 경찰 단속반을 전문으로 추적해 유흥업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온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행정학)는 “성매매 영업 행태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장소 또는 철저하게 숨을 수 있는 장소로 옮아가고 있다”며 “경찰과 지자체가 연계해 신·변종 성매매업소 단속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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