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한 일간지에 '저를 채용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흔치 않은 광고가 실렸다고 연합뉴스가 1일 보도했다.
이 광고를 낸 사람은 한 사립대학 행정부서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최인애(26·여)씨다.
최씨는 광고에서 '근무할 기회를 주신다면 긍정적 마인드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다.
이 광고는 한 누리꾼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1일 현재 100명이 넘는 누리꾼이 이 게시물의 '좋아요'를 클릭했으며 '멋지다!' '응원합니다' '꼭 성공하시기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최씨는 통화에서 "구직 활동이 어려워 특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다가 광고를 냈다"며 "처음에는 신문사에서도 당황하더라"고 말했다.
이내 그의 속내가 드러났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청년들이 이렇게까지 해야한다'는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채용하겠다고 연락한 사람은 없지만 몇몇 분들이 응원 문자를 보내줘 조금은 힘이 난다"며 웃었다.
이처럼 독특한 구직 활동에 나선 사람은 최씨뿐이 아니다.
28세 동갑내기인 철수와 존슨(모두 가명)씨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구직 활동을 공개하면서 다른 취업 준비생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작년 9월 구직 활동을 시작하면서 팟캐스트 '취업학개론'도 함께 시작했다.
이 방송은 '전 세계 최초 취준생(취업 준비생)의, 취준생에 의한, 취준생을 위한 전문 일자리 갈구 방송'을 표방하고 있다.
1시간 안팎의 방송은 일주일간 치렀던 면접과 전형을 진행 중인 기업의 정보를 소개하는 '취업 다이어리', 취준생들의 고민을 나누는 '상담소', 면접에 나올 법한 시사 이슈를 짚어보는 '존철살인' 등의 코너로 구성돼 있다.
철수와 존슨씨는 친구와 술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듯 반말로 자연스럽게 방송을 진행한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괴성을 지르며 욕지거리도 거리낌 없이 한다.
청취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얼마 전에는 팟캐스트 코미디 차트 분야에서 3위에 올랐다. '나는 꼼수다'보다도 높았다.
철수씨는 "사실 취업에 대해 누구와 속을 터놓고 대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면접에서 떨어진 것도 방송에서 얘기하다 보면 웃으며 넘길 수 있다"며 "청취자들도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돈이 없는 구직자가 돈을 내서 광고했다는 사실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청년들에게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권장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을 없애거나 다른 일자리 창출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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