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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꺼져가는 용산을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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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15 01:26:45 수정 : 2013-03-15 01: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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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없는 개발사업은 무모한 도박
규모 줄이고 정부선 인센티브 줘야
과거 동서울 구의동 강변역 바로 옆 오피스와 복합상업시설인 테크노마트가 성공적으로 개발돼 오픈하자 층별로 전문화된 전자상가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 없이 성황을 누렸다. 이러한 복합상업업무시설의 개발은 중요한 개발 트렌드가 됐고, 물리적인 크기와 자본의 덩치를 키우며 여기저기 사업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좀 더 덩치가 큰 영등포의 타임스퀘어가 성공의 깃발을 날렸다. 그런데 작년 과거 깃발을 날렸던 구의동 테크노마트에 갔을 때 그 변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6층의 휴대전화 매장을 제외하고는 층층이 빈 가게가 즐비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제는 대규모단지화돼 가는 복합용도 개발도 포화상태가 됐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새로운 대규모 부동산개발이 추진되면 개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고용과 부가가치 측면에서 10조원이니 20조원이니 하며 개발사업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러나 그런 상업업무시설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진다고 수요가 새롭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국민의 구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어떤 부동산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수요를 끌어오게 돼 있다. 불행히도 지금은 누구나 향후 저성장시대를 예상하고 있는 시점이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구의동 테크노마트가 좀 더 몸집이 커진 공룡에 굴복했듯이 앞으로의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용산 개발과 관련해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쫓아다닌다. 개발지 면적은 약 15만평이고, 들어찰 건축물의 연면적은 100만평에 달한다. 이 중 업무시설 43만평, 주거시설 27만평, 상업시설이 30만평이다. 그 욕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숫자가 상업시설의 면적이다. 서울의 대표적 고층빌딩인 63빌딩이나 국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코엑스지하쇼핑몰의 연면적이 대략 5만∼6만평 수준에 불과하다. 용산개발은 이보다 5∼6배에 달하는 면적을 상업시설로 채우겠다는 야심 차지만 불안한 계획이 담겨 있다.

지금 ‘디폴트(채무불 이행)’ 상태로 ‘파산’위기에 처하면서 서로 그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용산개발사업의 문제점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그 사업에 참여한 누구도, 그리고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시민이나 정부, 그렇게 모시고 싶어했던 해외 투자자도 그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높은 실패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해결책은 명쾌하다. 사업의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것이 단계적 개발이라는 표면적인 구도이든 일정 부지의 개발을 포기하는 형태이든 축소가 불가피하다. 그러려면 유명한 건축가에게 받아 온 눈부신 건축물과 그 건축물을 수려한 한강으로부터 연결시키는 그림을 포기해야 한다. 교통 접근성 측면에서 원초적으로 제약이 많은 용산 부지의 개발 수용 능력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신천지에 대한 환상은 아쉽지만 접고 현실적인 그림을 다시 그려 넣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하지만 숨쉬기도 힘들어하는 공룡을 근근이 살아가게 하려고 국민의 세금을 가져다 부어서는 안 된다. 사업의 이해관계자 간 자율적인 합의로 사업의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다시 백지에서 만들어지는 조건으로 정부의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코레일이 수익으로 담보 받은 토지가격은 현실적인 의미에서 비용은 아니다. 정부의 용도지역에 대한 규제의 완화로 발생할 미래 개발이익을 선납받았을 뿐이다. 이 역시 사업의 축소를 전제로 정부가 앞장서 토지비용을 현실적인 수준에서 조정해 준다면 축소된 사업의 시동이 다시 걸릴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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