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국문화의 융성을 위한 협력 확대 방안’ 발표를 마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왼쪽)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전통 한지에 적은 ‘한글사랑’이란 글씨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글’은 유 장관, ‘사랑’은 슈미트 회장이 각각 썼다. 문체부 제공 |
“나도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배웠습니다. ‘강남스타일’ 동영상을 본 세계인의 1%만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져도 1800만명입니다.”(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한글·한복·한옥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가 구글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세계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슈미트 구글 회장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국문화의 융성을 위한 협력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 문체부와 구글이 체결한 ‘문화 및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층 심화한 내용이다.
구글은 먼저 2014년 개관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한글박물관의 전시·교육 콘텐츠를 지원한다. 한국 어린이는 물론 외국인들이 짧은 시간 동안 한글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글이 직접 만들어 박물관에 기부하기로 했다. 구글은 외국인들이 한글의 기본 원리를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웹프로그램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구글은 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구글문화연구원’을 통해 한국문화를 널리 홍보하기로 했다. 연구원 홈페이지( www.google.com/culturalinstitute)를 통해 한복·한옥·한국영화 등을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 한옥 홍보 전문업체인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 한국영상자료원이 각자 해당 분야를 맡아 양질의 정보를 구글 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슈미트 회장은 한글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세종대왕이 누구나 글자를 쉽게 배워 쓸 수 있게 하려고 한글을 만들었는데, 600년 전에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며 운을 뗀 그는 “한국이 디지털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힘이 바로 한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종대왕의 염원을 이제 구글이 이어받아 전 세계인이 한글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슈미트 회장은 “반만년의 한국사와 비교해 구글의 역사는 겨우 15년밖에 안 된다. 한국문화의 풍요로움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동영상 조회수가 18억건을 넘은 점을 거론한 뒤 “그 1%인 1800만명만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져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연간 방문자 수보다 더 많다”고도 했다.
유 장관과 슈미트 회장은 발표를 마친 뒤 전통 한지 위에 함께 ‘한글사랑’이라고 적었다. ‘한글’은 유 장관이, ‘사랑’은 슈미트 회장이 각각 썼다. 슈미트 회장의 글씨는 미리 연습을 많이 한듯 정자체에 가까워 눈길을 끌었다.
문체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8000만명에 이른다. 최근 미국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를 조사한 결과 한국어가 스페인어·중국어·타갈로그어·베트남어·프랑스어에 이어 6위에 올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