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게양' 깊은 상실감, 각국 지도자·저명인사 애도 물결
오바마 미국대통령까지 백악관·공공 건물에 조기 게양 지시
그의 자서전 제목처럼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치고 한 세기에 가까운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것이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우리 민주국가의 기틀을 세운 대통령인 존경하는 넬슨 롤리흘라흘라 만델라가 떠났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가 평화 속에 잠들었다. 남아공은 가장 위대한 아들을 잃었으며 국민들은 아버지를 잃었다"며 만델라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검정색 옷차림으로 등장한 주마 대통령은 만델라가 이날 저녁 8시50분께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남아공은 극심한 슬픔에 잠겨 있다.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우리의 깊고 영원한 상실감은 줄지 않을 것"이라며 "만델라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으니 작별인사도 함께 보내자"고 애도했다.
주마 대통령은 또한 만델라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6일부터 장례를 마칠 때까지 전국에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마디바(만델라의 애칭)를 사랑할 것이다. 그의 영혼이 평화롭게 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아공의 뉴스 TV 채널 eNCA는 주마 대통령의 성명 발표 장면을 생중계하는 등 현지 언론매체는 일제히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긴급 기사로 보도했다.
만델라는 지난 6월 지병인 폐 감염증이 재발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약 3개월 후인 9월 퇴원했으나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의료진의 치료를 계속 받아왔다.
그는 고령으로 몸 상태가 쇠약해져 지난 2011년 이래 지금까지 수차례 입·퇴원을 반복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도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다 퇴원한 바 있으며 최근 증상이 재발해 재입원, 집중 치료를 받아왔다.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만델라는 용서와 화합의 정신을 실현한 정치인으로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대회가 마지막이었다.
1918년 남아공 동남부 음베조에서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만델라는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에 맞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현 집권당)를 이끌며 투쟁하다 투옥돼 무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국내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더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남아공 백인정권은 1990년 만델라를 석방하고 ANC도 합법조직으로 인정했다.
만델라는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인 F. W.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지난 1993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듬해인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첫 흑인 대통령이 됐고, 이후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켜 청문회에서 잘못을 고백한 백인을 사면하는 등 흑인과 백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이른바 '무지개 국가'를 건설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퇴임 이후에도 남아공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
이처럼 민주화와 인권의 전 세계적 상징이 된 만델라의 죽음에 남아공은 물론 전세계 지도자들이 일제히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고인을 "정의로운 거인"으로 표현하면서 "그는 인류의 존엄과 평등, 자유를 위한 그의 투쟁은 세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죽음에 싶은 슬픔을 표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우리는 오늘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용기 있으며 매우 선한 인물 한 명을 잃었다"고 추모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그간 만델라에 대한 존경을 피력해온 오바마는 만델라를 추모하는 의미로 백악관과 해외 주재 공관·미군 주둔 기지를 포함한 공공건물에 조기를 달라고 지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 시대의 위대한 빛이 졌다"고 추모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특별한 저항운동가인 만델라가 남긴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기렸다.
198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민주화 투쟁을 이끈 데스먼드 투투 주교는 "만델라는 감옥에서 걸어나온 순간부터 통합을 이룩한 사람이었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해가 뜨겠지만 이전처럼 밝아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
만델라가 이끌었던 현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남아공과 세계가 '거인'을 잃었다"며 "그의 삶은 우리에게 가난과 배고픔을 끝내고 발전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넬슨 만델라 재단, 넬슨 만델라 어린이 재단, 만델라 로즈 재단 등 만델라와 관련 있는 재단도 "어떤 말로도 (그의 타계로) 남아공과 세계가 받은 거대한 상실감을 적절하게 나타낼 수 없다"며 슬퍼했다.
또 인터넷 공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도 "거인의 타계를 애도한다"라는 등속의 추모 글과 애도의 반응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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