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받고 괴로워해” 제보
경찰, 협박 가능성 수사 나서 숭례문 부실 공사 검증에 참여했던 충북대 교수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오후 3시15분쯤 충북 청주시 충북대 한 학과사무실에서 이 대학 박모(56)교수가 선반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56)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부인은 경찰에서 “아침에 남편이 나갈 때 점심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는데 오후까지 연락이 없어 이상한 느낌에 학교를 찾아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박 교수의 옷에서 “너무 힘들다. 먼저 가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인 수첩을 발견했다. 박 교수의 시신에서는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지난해 숭례문 복원 공사에 값싼 러시아산 소나무가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 의뢰를 받고 최근까지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 삼척 준경묘의 금강송 밑동과 숭례문복구에 쓰인 부재의 시료를 채취, 나이테와 유전자 분석을 통한 검증조사를 벌여왔다. 그가 내놓은 결과는 금강송을 값싼 러시아산 나무로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신응수 대목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정황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검사 결과 나이테가 같다면 신 대목장은 혐의를 벗을 수 있지만 나이테가 다를 경우 관급 목재를 빼돌렸을 것이라는 혐의를 받는다.
박 교수의 한 지인은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이 신 대목장의 사법 처리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박 교수가 시료 분석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교수가 최근 전화를 받고 괴로워했다는 첩보를 확보, 누군가로부터 협박당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 교수의 통화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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