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16일 오전 9시, 승무원 박지영(22)씨가 무전기로 선박직 승무원들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퇴선명령' 여부를 물었지만 답신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21일 동아일보가 승객 강병기(41)씨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박씨는 사고 발생 9시부터 30분간 브리지(선교)에 모여있던 선박직 승무원에게 무전기로 승객들을 비상탈출 시킬 것인지 물었다.
그러나 답신이 오지 않자 박씨를 포함한 승무원들은 안내데스크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제자리에 안전하게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자 박씨는 계속 무전기로 "탈출해도 되느냐"고 물었으나 선박직 승무원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9시 30분쯤 구조헬기가 도착한 것을 확인한 박씨는 큰 소리로 "모두 탈출하라"고 알린 뒤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혔다.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구조된 강씨는 해당매체에 당시 상황을 전하며 "박씨와 승무원 정현선(28)씨, 사무장 양대홍(46)씨가 3,4층에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혔다. 정씨와 교차한 마지막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69) 선장은 브리지에 있던 승무원들과 함께 오전 10시쯤 구조돼 세월호가 침몰하는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함께 구조됐던 강씨는 "이 선장 등 선원들이 뱃머리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귓속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쉬쉬하는 행동을 했다"며 "그날 오후 병원에서 지폐를 말리던 사람이 이 선장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당시 모습을 떠올리면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앞서 전남 진도군 진도읍 한국병원으로 이송된 이 선장은 물리치료실 온실침상에서 바닷물에 젖은 5만원짜리 두세 장과 1만원짜리 10여 장을 널어놓고 말리는 행동으로 온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segye.com
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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