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동의 없인 행사 안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한정 용인론’과 미국의 지지를 배경으로 집단 자위권 추진에 본격 나서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와 미국의 지지에 거세게 반발하는 반면 중국의 해양 진출에 부담을 느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적극 지지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일본이 집단 자위권 행사를 매개로 다시 군사대국화로 치달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지난해 9월 아베 총리가 뉴욕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에 나설 것임을 표명하자 “일본은 인위적으로 긴장을 만든 뒤 군비확장 및 군사정책 변경의 구실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반면 상당수 아세안(동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은 환영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미국과 일본과의 연대를 통해 저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정상들은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아시아의 안전과 안정에 유익하다”며 차례로 공개 지지했다.
하지만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추진에 정작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한국이다.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받는다는 것을 명분으로 한반도에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동맹국인 미국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마당에 한국이 반대하기 쉽지 않다.
한국 정부는 “집단 자위권 추진 여부는 일본 정부의 판단이지만 한반도 지역 내에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승인이나 사전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에 아세안 국가의 지지와 함께 가까운 이웃이자 미국과 같은 동맹국인 한국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17∼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일 차관보급 안보토의(DTT)에서 일본이 “한국 정부의 사전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에 전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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