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백여훈(류승룡 분)을 쫓는 킬러를 연기한 배우 김태환(39). 영화 '무법자'(2009), '포화 속으로'(2010), '비정한 도시'(2012), '가문의 영광 5-가문의 귀환'(2012), '신의 선물'(2013) 등에 출연하며 개성파 조연으로 자리매김한, 올해 데뷔 16년차 배우다.
'킬러 1'이 그의 배역명이었다. 이름조차 없는 배역이라니 다소 의아했다. '공공의 적'(2002)부터 시작해 십여년 동안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구축해온 배우였기에 대사도 별로 없는 역할이 그의 존재감에 비해 작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감독과 오랜 우정을 쌓아왔다는 그는 감독의 제의에 흔쾌히 'OK'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표적' 메가폰이 창감독에게 왔을 때, 제가 감독님께 먼저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다 얼마 후 감독님께 '큰 역할은 아닌데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며 연락이 왔고요. 저는 '잘 찍어주시면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어요. 그렇게 '표적'을 하게 됐고, 비중이나 분량을 떠나서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게 더 기뻤어요."
영화 '표적' 스틸컷/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를 이미 본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배역이 '킬러 1'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배역명 자체가 스토리의 반전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는 데에서 오는 희열감도 꽤 컸다고 한다. 김태환은 "킬러란 배역 자체가 사건의 실마리를 안고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배역명보다는 '어떻게 연기할까 더 고민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태환은 상명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뒤, 20대 시절 영화사 곳곳을 무작정 뛰어다니며 배역을 따낼 만큼 '열혈' 연기자였다. 30살이 될 때까지 '주유소 습격사건'(1999), '공공의 적'(2002)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는가 싶었다.
하지만 두 차례의 큰 교통사고를 당하며 영화계와 잠시 떨어져 있어야 했다. 연기보다는 공부에 뜻을 두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연기는 '마약' 같은 거라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하고 나니 연기를 대하는 자세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한때 진짜 잘 나가는 배우라도 된 양 거만하게 지냈던 적도 있어요. 그땐 제게 들어오는 작품이 꽤 많았으니까. 인생의 큰 전환점을 몇 번 맞다보니 오히려 겸손해지고 매사 신중해지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배역의 크기에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제 이름을 알리고, 연기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아요. 아, 제 이름이 김태환인데, 클 태(太)에 빛날 환(奐)이거든.(웃음)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정말 크게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화라는 게 변수가 항상 있어서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는 몰라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제가 코미디를 꿈꾼다니 다들 안 믿어요.(웃음) 그런데 저를 한 번 만나보신 분들은 제가 얼마나 유쾌하고 쿨한 사람인지 알 거예요. 개인적으로 액션, 스릴러물도 좋아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코미디도 꼭 찍고 싶어요. 어쩌면 2002년 찍은 '공공의 적'에서의 노점상 역할이 제가 추구하는 연기의 지향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연기를 하면 제 속에 있는 것들이 시원하게 분출되는 느낌이랄까."
김태환은 앞으로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더 알리고 싶다고도 말했다. SBS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 단 2회 출연한 경험도 신선했다. 어떤 작품이나 배역이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그다.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어요. 배우가 자기 만족만을 위해 하는 직업이 아니듯, 사람들에게 제 얼굴을 알리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급선무일 것 같아요. 조만간 멋진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어요. 배우가 자기 만족만을 위해 하는 직업이 아니듯, 사람들에게 제 얼굴을 알리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급선무일 것 같아요. 조만간 멋진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