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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의미술살롱] ‘없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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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2 20:58:04 수정 : 2014-09-13 0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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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이제 국제 미술계서 인정
전시작품 놓고 잡음, 문화글로벌화 막아
‘광주’ 내려놓아야 세계적 축제로 도약
지난 5월 세계적 미술 인터넷 매체인 아트네트(Artnet)가 세계 20대 비엔날레를 선정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상위 5대 비엔날레로는 베니스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 휘트니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유럽의 순회비엔날레인 마니페스타가 뽑혔다.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와 미국 국내 비엔날레인 휘트니 비엔날레를 제외하면 국제 비엔날레로는 사실상 3대 비엔날레에 광주가 선정된 셈이다. 세계 곳곳에서 200여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4일 열린 2014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엔 국제적인 미술계 거물급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니콜라스 세로타(영국 테이트 미술관장), 피오나 로메오(뉴욕 MoMA 디지털 미디어 디렉터), 마틴 프롱트(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출판부 총괄), 제르마노 첼란트(프라다 재단 관장), 바르토메오 마리(세계현대미술관협의회 회장), 아네트 쿨렌캄프(카셀 도큐멘타 대표이사), 압델라 카룸(아랍현대미술관장)등의 얼굴이 보였다. 지난해 ‘아트리뷰’가 선정한 세계 미술계 파워에서 각각 26, 48위를 차지한 마야 호프만(루마재단 이사장), 후르 알 카시미(샤르자 예술재단 대표이사) 등도 합세했다.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 컬렉터’로 이름을 알린 인물들이란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사실상 1995년 창설된 현대 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의 글로벌화가 어는 정도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는 ‘민주·평화·인권’으로 표상되는 ‘광주정신’을 모토로 당면하고 있는 보편적 세계문제를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주력해 왔다. 서구 중심의 고갈된 상상력을 아시아 등 제3세계권의 상상력으로 대처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다. ‘의향’과 ‘예향’인 광주였기에 가능했다는 진단이다.

그런 광주비엔날레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 비엔날레 기간 중에 재단 대표이사가 퇴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전시 유보 사태에 대한 책임성 자진 사퇴다. 신임 시장의 새로운 판짜기도 배경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당분간 임시 대표 이사체제로 운영될 판국이다.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광주시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의식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새로운 대안적 요소들을 다양하게 탐색하는 비엔날레와 충돌될 수 있는 지점이다.

비엔날레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그 어떤 작품도 기획자의 책임 하에 내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더군다나 국제적 미술행사로 자리를 잡은 광주비엔날레에선 더욱 그렇다. 이번 사태가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문화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예술적 향유의 폭을 넒히는 것은 ‘삶의 질’뿐 아니라 바로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엔날레 정신은 국가제도로부터 자유로움에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미술관들은 제도권 안에 있었다. 새로운 소통의 전시공간이 요구됐고,그 대안으로 비엔날레가 탄생됐다는 점도 되짚어 봐야 한다.

이번 사태가 자칫 광주비엔날레의 글로벌 성공 가도에 장애물이 될까 우려된다. 광주 비엔날레 재단의 후임 대표 이사로 지역 원로 화가인 K씨와 U씨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미술계 안팎에선 벌써부터 걱정의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자칫 광주가 광주에만 갇혀 버릴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광주비엔날레의 존재 가치는 광주정신을 세계의 언어로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 그러기에 광주비엔날레는 이제 세계인의 것이다 ‘로컬’이 좌지우지하는 미술행사로 퇴행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재단 대표이사를 국제미술계 인사들 중에서 발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미술도 글로벌네트워크 없인 생존이 어려운 시대다.

광주 비엔날레에 ‘광주’가 드러나면 안 된다. ‘광주’를 내려놓으란 얘기다. ‘나’를 내려놓아야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이치와 같다. ‘없음’의 미학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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