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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진단·검안서 76% 오류…행정력 낭비·사망통계 질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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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4 19:17:55 수정 : 2014-09-15 11: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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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이상 오류 88%로 가장 많아
“의사들 무관심이 더 근본 문제”
전남대 의대 법의학교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책임저자 민병우)은 2009∼11년 국과수에서 실시한 부검 252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망진단서·검안서에 적힌 사망 원인과 부검 후 사인이 다르거나 ‘심(폐)정지’ 등 사인이 잘못 기재된 사례가 76.2%에 달했다. 특히 검안서 사인과 부검 후 사인이 일치하는 비율은 17.3%에 불과했다.

의료진이 직접 치료한 환자에 대해 쓰는 사망진단서 부실 문제의 경우 전북대 보건대학원(연구자 최정숙)이 2009년 전북 A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교부된 사망진단서 267건을 분석한 결과 오류가 발견된 진단서가 72.7%나 됐다. 연령별로는 80세 이상 사망자 진단서 오류가 88.4%로 가장 많았다. 노인의 사인은 노환, 노쇠 등으로 치부해 쓰는 경향 때문이다.

잘못된 시체검안서의 예. 한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가 작성한 검안서에 목에 끈으로 졸린 자국이 선명한 노인의 직접 사인은 ‘노쇠’,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재돼 있다. 자칫 자연사로 묻힐 뻔했지만 뒤늦게 아들에 의한 패륜사건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사가 자살·타살 등 사망 종류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병사인지 외인사인지는 구분해야 하는데 그조차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변사는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고 그 허점을 노린 범죄가 그냥 묻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오류투성이 검안서와 진단서는 행정력 낭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경찰 검시관은 “의사가 좀 더 책임 있게 검안서를 쓴다면 경찰이 관여하는 변사가 적어지고 대신 그 시간에 치안에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엉터리 검안서가 많다 보니 국과수 부검의도 “검안서를 아예 안 보고 부검한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국과수 한 법의관은 “부검해보면 타살인데 검안서 사인은 병사, 심근경색 등 엉뚱하게 써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검안서를) 안 믿는다”며 “몇 개나 틀렸나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늘 사인이 틀리고 형식도 안 맞는다”고 말했다.

한국법의학 부울의원 이상용 원장이 작성한 시체검안서. 사고발생 일시부터 사망 일시, 사망의 종류, 사고 종류, 사망의 원인뿐 아니라 발견 당시 사망자 상태와 병력 등이 자세히 기재된 검안의 주요소견, 종합의견까지 기재돼 있다.
한국법의학 서울의원 제공
의사들은 제한된 정보만으로 사망 원인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항변한다. 대한의사협회 심현영 대변인은 “의사는 환자의 병력, 검사기록 등을 참조해 명확한 근거를 갖고 사인을 써야 하는데 직접 진료하지도 않고, 이미 사망한 상태로 실려온 환자에 대해 아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심박정지’등을 사인으로 쓰는 것은 (시체의) 마지막 현상을 보고 그것의 직접원인을 쓰라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는 사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만 주지, 원인이나 인과관계까지 판단할 의무도,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일반의사에게 정확한 사인을 쓰거나 수사에 필요한 정보까지 제공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의학교육과정에서 죽음의 증명문서에 대한 교육의 부재와 의사들의 무관심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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