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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나전경함’ 상태 좋아 구입 다섯달 만에 일반공개

입력 : 2014-09-17 21:01:28 수정 : 2014-09-17 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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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신유물 공개·전시물 교체 어떻게… 10월, 국립중앙박물관에 즐거운 만남이 기다린다. 지난 7월 기증된 ‘고려 나전경함’(螺鈿經函·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함)이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을 만나고, 해외전시 등으로 1년간 보지 못했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이 다시 전시실에 나온다. 새로운 유물이 공개되고, 전시유물을 바꾸는 것은 박물관의 일상이지만 위상과 가치가 워낙 큰 유물들인지라 만남을 기다린 이들이 많다. 두 유물을 만나기에 앞서 박물관의 신유물 공개, 전시유물의 교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유물의 컨디션, 학술조사 여부 등이 전시의 시기, 방법을 정하는 데 관건이 된다.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지난해 10월 미국 전시회 출품을 위해 반출된 뒤 1년 만에 다시 전시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음달 14일부터 11월30일까지 예정된 ‘신소장품 특별공개-새롭게 선보이는 우리 문화재’에서 엄선한 11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나전경함이다. 전 세계에서 10여점만 전해지며, 국내에는 한 점도 없었던 대단히 희귀한 유물이다. ‘모란당초문’이 주 무늬인데, 개별 자개문양 2만5000개 이상을 붙여 완성했다. 일본에 5점이 있는데, 3점이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나전경함은 고려 공예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나전경함은 일본 소장가에게서 지난 5월 구입한 뒤 5개월여 만에 일반에 공개되는 것이다.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은 셈인데, 나전경함의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물의 일반 공개는 이처럼 유물 상태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훼손이 심각하다면 보존처리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나전경함의 상태가 양호한 편이고,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박물관에 새로 들어온 유물들과 함께 일단 전시를 하기로 했다”며 “부분적인 박락 등의 위험 요소는 차후에 찾아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나전경함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유물에 대한 학술적인 조사도 있어야 한다. 박물관은 소장 가치를 따져 유물의 입수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입수 전에 기본적인 조사가 이뤄지지만, 이후에 언제, 누가 만들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기 마련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새로운 유물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공동 연구를 한 뒤 전시에서 소개한다. 명칭·제작시기·크기·재원·입수 경위 등 관련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도 거친다”고 전했다.

‘국보 중의 국보’로 꼽히는 반가사유상과의 ‘재회’는 1년 만이다. 10월 중 전시실로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를 위해 나간 뒤 올해 3월에 돌아왔고, 그간 수장고에 있었다. 이처럼 장기 대여로 나갔던 유물은 박물관으로 돌아오면 일정한 휴식기를 가진다. 이동 과정 중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 유물의 재질에 따라 휴식기간은 달라지는데, 금속 유물인 반가사유상의 경우에는 일주일 정도면 문제가 없다.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이 고려의 나전경함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나전경함은 다음달 일반 관람객과의 첫 만남을 가진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미국에서 돌아온 뒤 7개월 정도 수장고에 보관된 이유는 뭘까. 국보 78호로 지정돼 있는 같은 이름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1년 주기로 교체 전시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두 유물을 동시에 전시할 경우 감상 효과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원칙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유물이라도 (비슷한 형태의) 두 유물을 나란히 보면 감동이 작아진다”며 “내년에는 두 유물을 함께 내놓는 이벤트 성격의 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외부 환경에 민감한 회화는 금속제 유물이나 도자기 등과 달리 휴식기간은 길고, 교체주기가 짧다. 전시 기간 중 오랫동안 빛을 받으면 색이 바래질 수 있어서다. 회화의 전시 기간은 1년에 3개월 정도. 박물관에 있었든, 외부에 대여가 됐든 이 기간을 맞춘다. 9개월 동안은 적절한 온도, 습도가 유지되는 수장고에 보관돼 다음 전시를 기다린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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