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5년 만에 백지화로 가닥
기존 설계비 등 18억원 날릴 판 수년간 논란이 이어졌던 대구 ‘이우환과 그의 친구들 미술관’ 건립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 한 대구시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이우환 미술관의 세부사항을 검토한 뒤 건립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건립 백지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미술품 구입 예산부족과 반대여론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건립이 무산된다면 대구시는 수년간 이 미술관 건립에 들인 행정력과 미술관 설계비 18억원 등을 모두 날리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한 책임과 비난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2009년 대구시는 당시 김범일 시장과 관계자들이 이우환 화백과 접촉한 뒤 이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우환과 그의 미술관을 통해 대구를 명실상부한 문화예술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였다. 대구시는 미술관 건립에 297억원을 들여 달서구 두류공원 내 2만500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미술관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전시실은 모두 15개며 2016년 말 완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문제는 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였다. 미술관은 관련법에 따라 1종 미술관으로 분류돼 작품과 자료 등이 최소 100점 이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대구시가 책정한 작품 구입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관측이었다.
실제 지난달 미술관 건립을 설명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이우환 화백은 “내 작품은 기증할 수도 있지만 친구들 작품은 경매에서 최소 한 점당 수억에서 수십억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화백의 말대로라면 대구시의 예산으로는 15개의 전시실을 채울 만한 작품 구입은 불가능한 상황.
지역 문화·예술·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이우환 화백은 대구와 관계가 없으며 한국 국적이기는 하지만 일생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활동한 작가라는 것이 이유였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아직 확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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