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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해리포터까지… 베스트셀러의 민낯 드러내다

입력 : 2014-10-17 20:22:04 수정 : 2014-10-17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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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이상해 옮김/까치/2만원
베스트셀러의 역사/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이상해 옮김/까치/2만원


책을 많이 접하다 보면 잘 알려지거나 많이 팔린 책이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광고와 포장만 화려하고 빈껍데기인 책, 시류만 좇아가며 삶의 정수를 외면하는 책, 저자의 명성에만 기댄 책들이 워낙 많은 탓이다.

‘베스트셀러의 역사’는 이렇게 막연하게만 느끼던 베스트셀러의 어두운 면을 상세히 분석한 책이다. 애서가이자 독서광으로 유명한 저자는 인쇄기술 보편화로 책이 널리 유통되기 시작한 16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베스트셀러들의 역사를 쫓는다. 책 속에 언급된 작품이 성경에서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무려 400여권에 이른다. 저자는 이 같은 베스트셀러들을 ‘책’, ‘저자’, ‘독자’의 세 관점에서 분석한다. 도대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인지, 어떤 저자가 쓴 책이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는 것인지, 독자들은 왜 특정한 몇몇 책에만 열광을 보내는지 추적해본다.

분석의 결과는 참으로 냉소적이다. 300여 쪽에 걸친 책 속에 400여 년 동안 인류가 만들어낸 베스트셀러들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난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판매부수를 과장되게 선전한 출판사의 전략 덕분에 성공했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D H 로런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모두 검열로 인한 소동으로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희대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나 쥘 베른의 뒤에는 어이없게도 ‘대필자’의 존재가 숨어 있다.

이뿐이 아니다. 영국·미국 등 세계의 문화를 지배하는 국가에서만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현실, 오직 책을 팔기 위해 거짓된 내용으로 대중을 기만하는 작가, 지적 욕구나 흥미보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실용서 등을 ‘의무적으로’ 읽는 대중까지 베스트셀러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곱씹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대중의 선택을 받은 모든 베스트셀러에 냉소를 보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저자가 의도한 것은 문학적 가치를 넘어 대중에게 선택받은 베스트셀러들의 이면을 통해 그 책을 선택한 시대의 사회상을 고찰해 보는 것이다. 세기적 베스트셀러들을 향해 한껏 냉소를 보내다가도, 수많은 우연과 행운을 통해 베스트셀러가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너무 어려워 대중적으로는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성공한 ‘장미의 이름’ 등을 소개할 때는 이들 책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저자도 결국은 한 명의 애서가에 불과하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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